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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내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자 고서준이 불쑥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아침 안 먹어?”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마지 못해 그를 따라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나는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거의 도망치다시피 그와 함께 마트에 가서 물품을 구매했다. 물건을 다 사고 결산할 때 고서준은 그 무거운 짐을 다 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회의장에 도착해 세팅을 시작했다. 이곳은 이미 다른 선배들이 간단하게 틀을 만들어 주어 우린 그저 야외 세팅만 하면 됐다. 나는 사 온 물건을 다 꺼내서 본격적으로 세팅했다. 학점을 위해서 엄청 열심히 했는데 누군가가 따가운 시선으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대체 누가 나를 쳐다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물건을 하나씩 배치했다. 중도에 잠깐 휴식할 때 고서준이 내게 음료수를 건넸다. 싫다고 거절했지만 그가 강제로 내 손에 쥐여줬다. “우리 한 팀이잖아. 이렇게까지 서먹서먹하게 굴 필요 없어.” 정말 고서준답지 않은 말투였으나 거저 주는 음료수인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애프터 썸머가 이렇게 바로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 날씨가 무더워서 내 이마에도 땀이 흥건했다. 잠시 휴식한 후 우린 계속 세팅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발밑이 살짝 떨렸고 곧이어 단단한 나무 막대기가 나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 극도의 공포감에 처해 있어서 그런 걸까? 나는 피하지도 못한 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두 다리는 마치 바닥에 꽂힌 것처럼 반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세상에, 맙소사. 제발 이런 농담은 부리지 말아다오. 이제 막 환생했는데 나무 막대기에 깔려 죽을 순 없지 않은가. 나는 문득 침울함에 휩싸였다. 바로 이때 따뜻하고 커다란 두 팔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 사람은 나를 뒤로 잡아당겼고 작은 기둥이 그 사람 손에 내리꽂히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으악...” 뒤에서 고서준의 나지막한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알아챘다. 방금 그 기둥이 고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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