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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비웃었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이지현을 향한 그의 끝없는 사랑은 변함이 없다. 다행히 이번 생에 나는 고백하지 않았고 굴욕을 자초하는 일도 없었다. 시세 판단을 잘하고 더는 내 자존심을 바닥으로 내리치진 말아야지. 룸메들은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상태 심각한데 병원 안 가봐도 돼?” 한편 나는 방금 그녀들의 의논을 고스란히 엿들었다. 세 명의 룸메 각도에서 마침 이지현이 스스로 뜨거운 물을 몸에 붓는 장면을 볼 수 있었고 이로써 그녀가 사악한 인간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나는 웃으며 머리를 내젓고는 치마에 묻은 뜨거운 물을 말끔하게 털어냈다. “괜찮아. 별문제 아니야.” 만약 병원에 가서 그 원수들과 또 마주친다면 그거야말로 멘붕각이다. 불행한 일은 하나로 족하다. 또 하나 더 발생한다면 그땐 정말 감당하지 못할 듯싶다. 내가 별로 안 가고 싶어 하자 나민준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이런 일은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돼. 나중에 흉터라도 남으면 어떡해? 병원 가서 제때 치료하자. 이제 막 대학에 입학했는데 예쁜 몸에 흉터 나면 되겠어?” 나는 그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어 입술을 꼭 깨물었다. 게다가 룸메들도 하나같이 나더러 병원에 가보라고 부추겼다. “그래, 이건 작은 일이 아니잖아. 진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 얼른 병원 가봐.” 나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다. 나민준과 함께 병원에 도착하고 의사한테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 다행히 제때 병원에 와서 별문제는 없었다. 요 이틀 샤워할 때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가 복도로 나왔을 때 고서준이 한창 이지현을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었다. 이건 뭐 거의 시각장애인의 지팡이라도 된 듯 그녀를 부축하면서 약까지 들어줬다. 이 커다란 병원을 끊임없이 넘나들었지만 힘들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달갑게 이지현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모습은 전생이나 지금이나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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