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8장
나는 아직 디자인 콘테스트를 진행해야 했고 이쪽 상황을 알아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했기에 낭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는 고서준과 얘기를 마치고 서모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콘테스트에 사람이 부족한 건 아니라서 여기 조금만 더 남아 있을 생각이에요. 앞으로 있을 일들은 모건 씨가 진행해 줘요.”
이런 파트너를 만난 게 서모건에게는 재수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가 앞으로 더욱 좋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수화기 너머로 서모건이 잠깐 침묵하더니 얼핏 들으면 알 수 없는 피곤함과 허탈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이쪽은 내가 잘 처리할게요. 수아 씨는... 안전에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전화를 끊은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 드러날 진실에 대한 기대에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옆에 서 있는 고서준의 그림자가 노란 가로등 불빛에 무한대로 길어졌고 그 그림자가 내게 왠지 모를 안전감을 주고 있었다.
“고마워. 고서준.”
가벼운 인사였지만 그 인사에 너무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고서준의 미소에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묻어났다.
“우리 사이에 고맙긴. 기억해.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든 네 옆엔 내가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힘내야겠다고 다짐하고는 고서준과 탄탄한 조사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고서준은 고씨 가문이라는 신분이 있었기에 진상을 조사하기 쉬웠지만 나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할머니는 자기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엄마 얘기는 종종 꺼냈다.
전에 할머니와 같이 살던 마을이 생각나 다시 돌아갔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한 오후에 그곳에서 단서를 찾아냈다. 할머니는 쓰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끼는 물건은 꼭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보관해 두곤 했는데 덕분에 나는 서랍에서 할머니가 넣어둔 철제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철제상자가 온통 녹으로 뒤덮였지만 안에 든 물건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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