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84장

모든 사람이 기괴하다고 생각하는 갤러리가 바로 여기 있었지만 이미 폐허가 된 상태였다. 나는 폐허가 된 갤러리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햇빛이 구름을 뚫고 예술적 분위기가 다분했던 대지를 비췄지만 깊게 묻힌 기억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폐허 속으로 보이는 허물어진 담과 끊어져 버린 벽이 예전의 휘황함과 지금의 참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일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모를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깨진 돌과 잡초들이 세월의 무정함을 말해줬다. 갤러리 외벽은 이미 허물어졌지만 내부 윤곽은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 명작이 잔뜩 걸려있던 벽면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예전의 휘황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나는 폐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결국 세월에 색이 바랜 낡은 사진첩 하나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그중 제일 또렷한 사진이라면 어머니가 결혼할 때 찍은 웨딩사진이었다. 사진 속 어머니는 찬란하게 웃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크게 뜨고는 김정태 옆에 기대 있었다. 두 사람 다 너무 젊었고 활기 넘쳐 보였다. 순간 나는 그 세대로 돌아가 이 아름답고 순진한 사랑의 순간을 직접 눈앞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이 결혼 뒤에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잘 챙긴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내게 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고민한 나는 결국 김정태의 면회를 신청하고 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로 향하는 날은 날씨가 좋은 적이 없었다. 흐린 하늘이 앞으로의 여정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바람은 초가을의 서늘함을 머금은 채 텅 빈 거리에 불어치자 낙엽 몇 잎이 내 발치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날아다녔다. 나는 옷깃을 여미며 기대와 불안을 안고 구치소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무거우면서도 차가운 구치소 대문은 한번 여닫힐 때마다 자유와 구속으로 향한 길이 갈렸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