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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장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불빛이 반짝이고 조금은 시끄러운 거리에서 두 사람은 온통 세상에 둘만 있는 듯 다정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장영민은 자신의 얘기에 심취한 나머지 잔뜩 굳어버린 내 얼굴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장영민과 이혁의 대화를 깨트리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봐도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나는 고서준과 송하영이 그토록 친밀한 행동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때 장영민이 드디어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어왔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피곤했나 봐. 이만 들어갈까? 다음 라운드 준비도 해야지.” 장영민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너 많이 피곤해 보이네.” 불빛이 이렇게나 반짝이는데도 내 마음은 자욱한 안개가 낀 마냥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온 후 창가로 가 북적거리는 바깥을 구경했다. 모든 마음이 다 보답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확실하게 졌다. 한 번도 그렇다 할 대답을 해준 적 없는 사람에게 내 모든 마음을 다 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어쩌면 이게 바로 사랑일 지도 모른다. 내 모든 걸 다해 누군가를 사랑해도 상대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말이다. 나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빠르게 샤워하고 물줄기에 답답한 마음을 씻어내렸다. 뭐가 됐든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건 분명했다. 나는 침대에 누운 후 은은한 불빛을 내는 조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간 너무 많은 시간을 다 감정에만 쏟아부어 이토록 아무런 수확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누워있다가 나는 문득 비가 엄청 쏟아지던 어느 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고서준은 이지현을 안고 있었고 이지현은 그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수아야, 오해하지 마. 내가 갑자기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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