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장
날이 어두워지자 캠퍼스는 가로등이 켜졌고 우리의 그림자도 따라서 길어졌다. 고개를 들어 고서준의 기대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을 확인한 나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고서준에게 기회를 주면서 내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고서준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니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그를 사랑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사랑은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싹을 텄고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속에 뭔가가 자라나고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는 이미 하늘을 찌를 듯 큰 나무로 자라났다.
“사실 여기서 아무리 토론해도 아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야. 우린 아직 젊고 원하는 게 뭔지 잘 몰라. 네가 지금 이러는 것도 그냥 내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서일지 몰라. 네가 자라서 더 성숙해져도 과연 이렇게 생각할까?”
이지현과 고서준이 어떤 사이였는지 아직도 생생했기에 나는 그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이렇게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래에 비기면 훨씬 대단했지만 사상은 아직도 처음 그대로였다.
“최근에는 서로 영향 주지 말았으면 해. 각자의 자리에서 학업을 완벽하게 마치고 더 훌륭한 모습이 되면 그때 만나자.”
나는 고서준이 더 밀어붙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아직 연애하기 적합한 시기가 아닐뿐더러 그때 겪었던 공포를 완전히 잊지 못했고 예전만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랑 이렇게 끝내도 좋다는 거야?”
실망 섞인 고서준의 말에 어두운 밤이 더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고서준이 고개를 숙이자 앞머리가 눈을 살짝 가렸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의연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최대한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우리 사이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하지만 서로에게 성장할 공간을 주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어.”
나는 고서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내 결심을 전해주려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반짝반짝 빛나는 날이 올 거야. 그때가 되어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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