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장
장영민과 이혁은 단지 내 상태만 살피러 온 것인 듯 나와 몇 마디를 나눈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두 사람을 보낸 후 따뜻한 차를 내리기 위해 부엌으로 걸어갔다.
따뜻한 홍차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녹인 나는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젯밤 꿈은 꿈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현실 같았고 현실이라기에는 또 너무나도 꿈 같았다.
게다가 아까 두 사람을 배웅하려고 현관까지 나갔을 때 어딘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아 보였던 두 사람의 표정도 마음에 걸렸다.
나에게 비밀로 해야 할 만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하룻밤 사이에?
나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꿈속에서 본 고서준은 꿈 내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꿈속에서밖에 만나지 못한다니, 이보다 더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사랑은 원래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법이었다.
저녁.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길을 걸어가던 그때 멀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남녀 한 쌍에 나는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서준 선배는 어쩜 그렇게 뭐든지 다 잘해요?”
베이지색 원피스에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여자가 옆에 선 남자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여자의 옆에 선 남자는 다름 아닌 고서준이었다.
고서준이라고?
설마 어젯밤 꿈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꿈이 아니었던 건가?
고서준은 여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 정도로 뭘. 늦었으니까 데려다줄게.”
고서준의 말에 나는 순간 심장이 욱신거렸다.
달빛을 맞으며 나란히 걷고 있는 두 남녀는 마치 한 쌍의 연인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복잡해지고 입안이 쓰게 느껴져 나는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까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군데군데 별빛이 반짝이는 게 마치 내게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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