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장
다행히 손에 종이학이라도 있어서 선물로 줄 수 있었다. 예술가가 종이학을 건네받더니 웃으며 말했다.
“종이학이 참 정교하네요.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예술가가 열정적으로 우리를 개인 작업실에 데려가 구경하게 했다. 나는 그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더욱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독창성과 영감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예술가와 말이 잘 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통 분모를 찾아냈다.
아트 센터에서 나올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세 사람은 그길로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예술가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를 작업실까지 유인한 건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였다. 예술가가 준 건 도움뿐만이 아니라 낯선 나라에서의 따듯함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말캉한 침대에 누워 몸을 녹였다. 그렇게 잠이 드는데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야, 정말 미안해. 난 네 곁을 지키고 싶어서 그랬어. 그게 너한테 상처가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고서준의 목소리였다. 그는 내 옆에서 연신 사과만 해댔다. 나는 고서준과 엮이기 싫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눈만 마주쳐도 마음이 흔들릴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범인이 우리 할머니를 죽이는 걸 두고만 봤잖아요. 그 부분은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들어요?”
나와 고서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골짜기가 있었다. 나는 내가 족쇄 같은 과거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고서준이 조금이라도 나를 사랑했다면 우리 사이는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시간 낭비하지 마요.”
맨정신일 때는 나눌 수 없는 말을 꿈에서만큼은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증명해 보일게.”
고서준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갑작스러운 고서준의 행보에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마치 나를 통째로 녹여버릴 것처럼 깊은 사랑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나는 차가운 무언가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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