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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장

고서준이 혼자 밥 먹으러 온 것이다. 나는 고서준과 엮이고 싶지 않아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식판을 들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이 시간에 식당에서 나를 마주친 게 무척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신기한 건 두 사람이 선택한 메뉴가 같다는 것이다. 똑같이 두유와 찐빵이었다. 고서준이 내 앞에 자리를 잡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고서준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게 불편했다. “아직 나 미워하는 거 알아. 이번에 연수 가기로 했다는 것도 알고. 마지막 인사하러 온 걸로 해두자.” 고서준은 내가 거절할까 봐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거절해도 소용이 없었다. “고서준, 우리가 서로 축복해 줄 사이야? 정말 그렇게 한가하면 할아버지나 잘 단속해.” 전에 들었던 소식만 생각하면 나는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돈으로 사람 매수했던 건 알고 있어?” 나는 전에 있었던 일을 한꺼번에 다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고명준이 나를 고서준에게서 떼어놓으려고 돈으로 나민준을 매수해 내게 접근하게 한 일 말이다. “보물 같은 손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셨더라고. 아마 너랑 이지현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길 바라셨겠지. 그러니까 살인범을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게 도운 거 아니야. 너는 할아버지가 널 도운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나는 고서준이 마음 편히 사는 게 싫어서 일부러 이렇게 비꼬았다. 다른 사람은 잘만 사는데 왜 나는 늘 시궁창에 사는 쥐처럼 고통받아야 하는지, 왜 밖으로 나와 태양을 만끽할 수 없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내게 주어진 외국 교환학생 기회를 너희 할아버지가 일부러 다른 사람한테 돌린 거 알아? 고씨 가문의 세력이 하늘을 찌르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법을 무시할 줄은 몰랐네.” 나는 고서준을 노려보며 억울함과 분노를 토해냈다. 고서준은 내 말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머리를 푹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인정해. 고씨 가문이 해서는 안 될 짓들을 한 거. 하지만 나는... 사건의 진상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 고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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