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장
나민준에게 머리카락 전부를 건네지 않은 건 한편으로는 어차피 한 올로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어서이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 완전히 그를 믿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믿어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이야 내 곁을 맴돌며 이것저것 대신해주지만 그게 나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라는 건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우리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에게 다가갔고 나는 지난 생의 기억도 남아있기에 나민준이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사소한 계기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관계도 바뀔 수는 있겠지만 아직 사람이 바뀌었다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응, 걱정하지 마.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나한테 맡겼는데 최대한 빨리 알아봐야지. 결과가 나오면 할머니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나민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어딘가 조금 의아해하기도 하고 조금 생각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나는 그가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선배한테 맡기면 안심이 돼요. 우리는 지금 한배를 탄 사이잖아요.”
비즈니스적으로도 그렇게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는 말하자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지금은 그에게 맡기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내 말에서 진심을 본 건지 나민준은 조금 기분 좋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옆에 있는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나는 도시락통을 보고는 또다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고서준은 나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지만 그만큼 나에게 상처도 주었다.
그가 내 목숨을 살려준 은인임이 분명한데 나는 그에게 그 어떠한 감사의 인사도 내비치지 않았고 여전히 그를 원망하고 있다.
나는 고서준의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나민준은 내 모습에서 뭔가 알아챈 듯 얼른 다시 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