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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장

나는 이지현과 더 이상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람과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아까웠으니 말이다. “왜 그렇게 도망가려 해? 설마 질투하는 거야?” 이지현은 나를 가로막으며 진짜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나 도발할 시간에 교장실 가서 네가 한 짓을 어떻게 설명할지나 잘 생각해. 넌 부끄럽지 않겠지만... 보는 내가 창피하거든.” 내 말에 이지현의 얼굴에서는 잠시 웃음기가 사라졌다가 곧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서준이가 있으니까. 오히려 너야말로 교장 선생님께 왜 경찰에 신고했는지 잘 설명해야 할 거야. 학교 명예를 무시한 네가 과연 교장 선생님께 어떤 대접을 받을까?” 말로는 날 이길 수 없다는 걸 아는지 이지현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앞서 걸어갔다. 나는 이지현과 더 거리를 두고 싶어 일부러 걸음을 늦추었다. 교장실 문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교장 여재민이 고서준과 고씨 가문을 칭찬하며 이지현이 한마디 할 때마다 크게 웃어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나는 애써 단정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내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방 안을 가득 채웠던 밝은 분위기가 단숨에 싸늘해진 것이다. 이지현은 고서준 뒤로 돌아가 나를 향해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또 이런 식이네.’ 이지현은 언제나 이런 교묘한 수법으로 고서준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생에서 고서준은 바로 이런 교묘한 수법에 넘어가 나를 끝내 파멸로 몰아넣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두 번의 생에서 나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이지현에게 졌다. 이번 생에서는 고서준을 깨끗이 잊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이지현의 편에 서 있는 모습을 다시 보니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내 마음이 왜 이리 뒤숭숭한지 알기도 전에 여재민이 입을 열었다. 그는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김수아 학생 맞지? 왜 늦었나?” 나는 이지현을 잠시 응시하고는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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