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장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나민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술 한잔할래요? 내가 한턱 쏠게요.”
그러자 나민준이 조금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아 씨 술도 마실 줄 알아?”
나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가짜 미소를 지었다.
“마실 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선배를 쓰러뜨릴 수도 있어요. 믿을 수 있겠어요?”
“수아 씨가?”
나민준은 내 도전에 자극을 받은 듯 즉시 차를 돌려 출발했다.
“어떻게 날 쓰러뜨리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우리는 곧 한 클럽에 도착했다.
영업시간이 아니었지만 돈이 많은 나민준은 금세 방을 잡고 형형색색 여러 종류의 술을 주문했다.
웨이터가 술을 들고 오자마자 나는 금세 한잔을 비웠다.
사실 나는 위가 안 좋아 평소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픈 것이 두려워 고통을 주는 것들은 피했지만 김정태가 다시 나를 압박하는 상황에 마음이 너무 괴로워졌다.
그저 취해서 모든 걸 잊고 다시 일어나 싸울 힘을 얻고 싶었다.
나민준은 술이 약한 편이라 몇 잔 마시자마자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손에 잔을 들고 다른 손엔 쿠션을 안은 채 내 옆에 앉아 속삭였다.
“수아 씨, 전생의 원한을 왜 후대가 받아야 하는 걸까?”
“사랑받지 못할 아이라면 이 세상에 왜 태어났어야 하는 걸까?”
눈앞이 어지러웠던 나는 소파 구석에 웅크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
나민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 있었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나민준은 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소파에 푹 기대고 발을 탁자 위에 올린 채 발을 까딱거렸다.
“알고 보니 수아 씨도 나랑 똑같이 멍청하네.”
나는 누가 나를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멍청? 난 독한 의지로 경성대에 합격했고 전체 은산시에게 수능 2등을 했던 사람인데...’
“멍청한 건 선배겠죠. 난 아니에요!”
나는 옆에 있던 쿠션을 집어 들어 그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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