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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장

병실에서 나와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강철민이 나에게 눈가리개를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대표님께서 시키신 겁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공손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눈가리개를 받아 착용하자 강철민이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희미하게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주의를 기울였으나 그 소리는 내 착각인 듯 다시 사라졌다. 다음 날 나는 일찍 짐을 챙겨 경성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김정태는 집에 없었지만 이미영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처럼 부드럽고 단아한 척하지 않고 나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김수아, 너 능력 꽤 좋더라? 고서준 도련님을 등에 업었으니 지금은 손댈 수 없지만 기다려. 네가 수연이에게 한 짓을 언젠가 몇 배로 되갚아줄 거니까.” 나는 짐을 끌며 질투로 일그러진 이미영의 얼굴을 바라본 뒤 피식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경성시에 도착해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김정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김수아, 네 할머니는 아직도 내 손에 있다. 할머니가 무사하시길 원한다면 얌전히 굴어.] 이어진 메시지에는 한 간호사가 할머니에게 링거를 교체해 주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네가 말을 잘 들으면 간호사가 할머니께 투여하는 약은 몸에 이로운 약이 될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가 깨어나시는 모습을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나는 김정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설마 할머니가 깨어나지 못하시는 게 아빠 짓이에요?” 그러자 김정태는 내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내 딸답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최근 고씨 가문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는 것 같던데 고서준과 잘 붙어있어. 3일 이내에 무슨 프로젝트인지 알아내서 나한테 보고하고.”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분노에 찬 나는 핸드폰을 꽉 쥐고 있다가 손바닥에 측면 버튼에 눌린 자국이 깊이 새겨진 후에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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