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3장 할아버지 박지환이 저를 죽일 수도 있어요

박지환은 아무 대답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윤서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 “지환 씨.” “윤서아, 사람 바보 취급하지 마.” 갑자기 서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던 박지환의 그녀를 꿰뚫고 있는 듯한 두 눈과 모든 상황이 그녀를 경고하고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오늘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하지 마. 알았어?” “지환 씨...” 감격스러운 윤서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 지환 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한 의사분이 이렇게만 하면 우리의 감정이 깊어질 수 있다고 하길래 그래서...” “네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네.” 박지환은 냉담하게 말을 끊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절대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하지 말라는 거에 대한 답이야.” 그는 눈을 비스듬히 뜨고 한기를 내뿜었다. “내가 가장 증오하는 게 누군가가 나를 가지고 계책을 꾸미는 거야. 민영매의 목숨은 나를 건드린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거니까 똑똑히 새겨둬.” 말을 마친 박지환은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의 태도는 마치 그녀를 죽이기라도 할 것마냥 숨이 턱턱 막혀왔다. 박지환이 민서희에 대해 그닥 신경을 쓰지 않으니 민영매의 죽음 또한 그에게 약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원하면 얼마든지 그녀를 지옥에 보내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후과를 생각하고 나니 윤서아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다시는 똑같은 방법으로 박지환을 건드렸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윤서아는 어떻게 하면 박지환의 아기를 임신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 후 박지환은 그녀를 푸대접했고 회사 업무마저 바빠지자 그녀와 한 방을 쓸 기회조차 없었다. 바로 그때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와 상황을 묻고 있었다. 윤서아는 감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약을 타긴 했는데 중도에 민서희한테 빼앗겨 버렸어요. 그 천한 년은 임신까지 했음에도 불고하고... 배에 아무런 이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