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4장 나하고 결혼해 줄 거예요

시병원? 윤서아가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열었더니 공교롭게도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민서희가 이 좋은 연극을 놓치면 안 되지? 그녀는 즉시 전화를 끊고 문자로 바꾸었다. ...지금 나이트 바 2층 방에서 쉬고 있어요. 어제 술을 많이 마셨던 탓인지 속이 안 좋네요.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호전할 겸 서희한테 위약을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주소가 정확한 걸 다시 확인한 윤서아는 메시지를 발송한 후 통화기록과 문제메시지를 모두 삭제한 뒤 휴대폰을 제자리에 갖다 놨다. 잠시 후 윤서아는 창문을 통해 장 씨 아주머니와 민서희가 병원에서 나오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 철컥... 욕실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박지환의 먹빛의 검은 머리는 젖어 있었고 몸에는 어제 입었던 옷을 걸쳤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지환 씨.” 그가 갈 기미가 보이자 윤서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입술을 깨물었다. “가게요?” “응.” 박지환은 그녀를 쳐다보며 전혀 가늠이 안 가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사에 아침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돼. 무슨 일 있어?” 윤서아는 가련한 눈빛으로 답했다. “어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만약 임신이라도 해서 민서희 씨가 알게 되면 어떡해요? 지환 씨도 내가 임시한 건 바라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이민준 씨한테 약을 가져오라고 하는 게 어떨까 해서요.” 임신을 언급하자 박지환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답했다. “어차피 결혼할 건데 임신하면 임신하는 거지 민서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나를 간섭할 자격이 없는 여자야.” 남자의 냉담함이 흡족스러운 윤서아는 시간이 거의 다가왔음을 계산하며 수줍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정말 임신하게 되면 나하고 결혼할 거예요?” “결혼하기로 약속했었잖아?” 박지환이 되물으며 문을 열자 장 씨 아주머니와 민서희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둘의 대화를 분명 다 엿듣게 된 장 씨 아주머니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민서희는 눈빛을 아래로 떨구었다. 허나 윤서아는 그녀의 꽉 움켜쥔 손에서 그녀가 감정을 꾸역꾸역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