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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더는 나 건드리지 마

“저 좀 쉬고 있을게요.” 그녀가 대답을 피하자 이민준은 이내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인 뒤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 병실에서 나갔다. 병실 문을 닫는 순간, 이민준은 쌀쌀한 기운을 풍기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박지환을 발견했다. 박지환은 아직도 어젯밤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어딘가 아파 보였다. 이민준이 다급히 달려갔다. “대표님.” “민서희 깼어?” “네, 방금 깼어요.” 박지환이 곧장 병실로 향하려는데 이민준이 말했다. “대표님? 어젯밤에 혹시 안 주무셨어요? 편찮아 보이는데 진찰부터 받아보시겠어요?” “괜찮아.” 이민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나 민서희 좀 봐야겠어.”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간 박지환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속눈썹을 떨고 있는 민서희를 보았다. “자?” 박지환은 그녀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침대로 다가가 외투를 벗고 이불을 젖히더니 곧장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이틀 밤을 자지 못했더니, 밤새 찬바람을 맞았더니 박지환은 온몸이 불편했다. 좁은 침대, 박지환은 반드시 그녀를 품에 안아야 간신이 누울 수 있었고, 이 순간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은 잔잔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민서희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틈이 전혀 없었고, 그녀는 머리를 박지환의 가슴에 묻고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리고 윤서아의 냄새까지. 민서희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이 남자, 윤서아의 침대를 덥혀주고 여기로 찾아온 걸까? 박지환에게 민서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말할 수 없이 역겨운 냄새에 민서희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박지환을 밀어냈다. 이때 박지환은 두 눈을 번쩍 뜨고 화가 잔뜩 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민서희, 나 지금 완전 뚜껑 열렸는데 애써 참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더는 나 건드리지 마.” 그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민서희는 하는 수 없이 움직임을 멈추고 주먹을 꽉 쥐었다.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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