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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장 양다리를 걸치다

민서희의 말 속에 다른 의미가 섞여 있자 윤서아는 표정이 변해버렸다. 바로 그 시각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박지환을 힐끗하던 은서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생각해 줘서 고맙네. 얼마나 쓴 거야? 집사님한테 계좌로 보내라고 할게. 오늘 우리 집안 회식이니 오래 있으라고는 하지 못하겠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윤서아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손톱이 살에 박히고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마음속으로 증오하던 윤서아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다들 반가워하지 않는 걸 아니까 이것만 마시고 갈게요.”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있는 그녀는 일부러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인들은 어쩔 수 없이 각자 바삐 움직였고 그 틈을 타 은서경은 박지환을 다른 곳으로 불러내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서희하고 화해했다면서 왜 아직도 윤서아랑 붙어 있는 거야. 설마 예전처럼 양다리 걸치려는 건 아니지!” 확신이 안 드는 표정을 하고 있던 박지환은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머니, 나도 사정이 있으니까 더 이상 캐묻지 말아 주세요.” 은서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네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는 걸 알아. 그 일 이후로 네가 하는 일에 참견할 생각 없어. 다만 한가지만 경고할게. 서희한테 미안할 짓은 하지 마.” 은서경은 호흡이 불안정했다. “네가 전에 저질렀던 일들을 서희가 용서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야. 게다가 지금은 네 아이도 임신했는데 마음 다치게 하지 마. 내가 네 어머니일지라도 그러는 꼴은 절대 못 봐.” “안 그래요.” 박지환은 민서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하고 단호하게 답했다. “서희가 평생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모두 제거할 거예요.” 다른 한 편, 소파에서 찌개를 한 모금 마시던 윤서아는 그릇을 내려놓고 민서희를 빈정거리며 쳐다보았다. “민서희 씨가 이리 잘 참는 사람인 줄 몰랐네요. 지환 씨 옆에 있으려고 기꺼이 내연녀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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