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두 사람의 키스

민서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뒤늦게 박지환도 말이 심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설명했다. “두 사람은 비교할 수 없어.” 하지만 민서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지환은 갈라진 그녀의 입술을 보더니 물 한 잔을 따라왔다. “일어나서 물 좀 마시고 다시 쉬어.” 민서희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냥 쉴게요.” “물 마시고 쉬어.” 박지환은 억지로 물 잔을 가져다 댔지만 민서희는 도무지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물 잔은 바닥으로 떨어져 큰 소리와 함께 산산이 깨져버렸다. 박지환은 또 화가 치밀었다. “민서희, 너 꼭 이렇게 나와야겠어? 발코니에서 뛰어내린 것도 따지지 않았어. 예전 같으면 내가 너 가만뒀을 것 같아? 그런데도 부족해? 억지로 쏟아 넣어야 만족하겠어?” 그녀는 옷깃이 반쯤 젖어 입술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가슴의 통증으로 그녀는 물은커녕, 침도 삼키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박지환은 믿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제대로 화가 난 박지환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꾹 눌러 참더니 병실 밖을 나가며 문을 발로 걷어찼다. 문이 닫히는 순간, 찬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고 그녀는 이불 속으로 몸을 움츠리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박지환이 화를 내든 말든, 더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더는 박지환의 정서에 흔들리지 않았고 그저 극강의 고통만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천천히 그녀의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또 혼수상태에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마침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눈을 뜨고 물었다. “지환 씨?” 상대는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민서희 씨, 안녕하세요.” 낯선 목소리에 민서희는 온몸으로 경계하며 물었다. “누구세요? 왜 여기 있는 거죠?” “긴장하지 마세요. 민서희 씨, 저는 대표님이 보낸 간병인이에요. 민서희 씨를 돌보기 위해 왔어요.” “간병인이요?” 민서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