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서아한테 사과해
다행히 부엌의 세팅에는 변화가 없었고 그녀는 물 한 잔을 따라 다급히 물을 마셨다. 이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박지환이 돌아왔다.
민서희는 굳어진 몸으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남자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옷을 입었는데도 한기는 온몸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저도 돌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이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았다. 민서희는 하는 수 없이 초점 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잔에 남은 물을 마저 마셨다. 이내 발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더니 그녀의 앞에서 멈춰 섰다.
순간 그녀는 몸이 굳어져 버렸다. 이마에는 남자의 손끝이 닿았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박지환은 그저 그녀의 체온을 체크하는 것뿐이다.
민서희는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남자의 말에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식어버렸다.
“죽지는 않겠네. 이따 병원에 데려갈 테니 서아한테 직접 사과해.”
박지환은 이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금방 열이 내린 그녀에게 윤서아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사과를 강요하다니.
민서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싫어요......”
민서희는 입술이 하얗게 될 때까지 입술을 깨물었다.
‘내 아이를 죽인 원수한테 사과하라고? 절대 그럴 수 없어!’
“난 사과 안 해요.”
박지환의 두 눈은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는 짜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민서희, 내 한계에 도전하지 마. 네가 한 짓인데 왜 사과 안 해? 너 때문에 서아 밤새도록 낑낑거리다가 이제 겨우 잠들었어!”
어쩐지 박지환의 몸에서 여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윤서아와 밤새 있었던 것이다.
‘나한테 벌주고 다급히 사랑하는 여자에게 달려갔네. 시간 배치의 달인이야.’
민서희는 가슴을 움켜쥐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이내 그녀는 머리를 치켜들고 말했다.
“난 계단으로 민 적 없어요. 윤서아 씨가 혼자서 굴러떨어진 거예요. 설사 내가 밀었다고 해도 뭐가 문제죠? 뺑소니로 사람을 죽였는데 벌 받는 건 당연한 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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