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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장 도망쳐야 한다

박지환은 몸부림을 치다 눈동자에는 많은 감정이 가라앉았다. “지금은 아직 당신한테 너무 많은 감정을 줄 수 없지만 일단 민서희부터 제대로 처리하고 얘기해요.” 호진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버티고 왔던 게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다! “그럼요. 지환 씨... 나한테 마음을 주고 나하고 결혼할 날을 기다릴게요.” 지환 씨라는 이름을 듣고 있자니 박지환은 마음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기억 속에 누군가도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줬었던 것만 같았다. 그때의 기분이 어땠었지? 이보다 더 설레고 흥분에 젖어 심장이 저려왔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 그게 누구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서희는 아닐 것이다. 박지환은 호진은을 밀어냈다. “그렇다면 나한테 시간을 좀 줘요. 그리고 날도 늦었는데 일단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두 사람이 복도를 떠나자 민서희는 문틈으로 서로 껴안고 있다 떠나는 흐릿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빛이 흐트러지다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며 심장이 찢겨지는 것만 같은 그녀는 눈물이 펑펑 솟구치고 있었다. 전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박지환이 호진은을 받아들일지언정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살인자로 확인사살을 했으니 말이다. 그럼 그녀는 또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적어도... 더 이상 여기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가 박지환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기 전에 호진은한테 되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녀는 지금 홀몸이 아니라 한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 어머니이니 강해져야만 한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차린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난 상태였다. 정신이 마비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넘어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린 후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있는데 누군가 병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긴장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자 박지환이 아닌 걸 확인한 그녀는 들어온 모습을 얼핏 보아하니 키가 크지 않고 회색 작업복을 입은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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