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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약혼 취소

서하준은 배원우의 전화를 받자마자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차를 몰아 저택으로 향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소파 한가운데 서태윤이 짙은 색 파자마를 입고 앉아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앉아 한 손으로 은색 라이터를 손끝으로 굴리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고 그 분위기에 눌려 거실의 공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서하준은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곧장 무릎을 꿇었다. “삼촌, 제 잘못입니다!” 서하준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고 후회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서태윤은 미동도 없이 앉아 차갑게 물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서하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제 약혼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여자가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 숙모가 물에 빠지게 되었고 큰 충격을 받았죠.”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서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그의 앞에 던졌다. “이건, 네 약혼녀가 지금까지 저지른 짓이야.” 서하준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고 읽더니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 그 안에는 조수아가 지금껏 감춰왔던 온갖 악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저는... 저는 몰랐어요.” 그는 다급히 고개를 들며 변명했다. “삼촌, 저는 정말 몰랐어요. 맹세합니다! 정말이에요.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그러나 서태윤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이 조용히 라이터를 굴렸다. 그의 깊고 차가운 눈빛은 감정을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고요한 압박감이야말로 서하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삼촌...” 그는 다시 한번 나지막이 불렀지만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서태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년은 서씨 가문에 들어올 자격조차 없어. 당장 관계를 정리해. 그렇지 않으면 널 족보에서 지울 거야. 앞으로 나를 삼촌이라 부르지 마.” 순간 거실 안의 공기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하준은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렸지만 더 이상 고민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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