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단서

말이 끝나자마자 임다인은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임마리의 뺨을 후려쳤다. “어제도 말했잖아. 난 더 이상 참지 않아. 언니가 먼저 시비를 걸었을 뿐이야.” 임마리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드러내며 이를 악물었다. “임다인, 너...”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다인이 거칠게 손을 뻗어 임마리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늘 온화하던 눈빛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날카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내가 참고 있었다고 해서 성질까지 물러터진 줄 알았어? 앞으로 말 조심해. 다시 한번 그런 소리 내뱉으면 만날 때마다 똑같이 해줄 테니까.” 경고를 마친 임다인은 손을 놓았고 임마리는 휘청거리며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머지않아 다시 돌아올 거야.”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임다인은 가방을 들고 돌아섰다. 걸음걸이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태연하고 여유로웠다. 임마리는 싸늘한 눈빛으로 임다인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흥, 임다인... 어디 두고 보자.’ 임다인이 제인 그룹 건물을 나서자마자 가방 속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하니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낮고 묵직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의뢰하셨던 건 말입니다. 이제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오후 두 시, 레브 카페에서 뵙죠.” 임다인은 짧게 대답한 뒤, 정중하게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제인 그룹의 웅장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쳤다. ‘조만간 그쪽들이 스스로 날 다시 찾게 될 거야.’ 레브 카페. 임다인은 정확한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 안을 둘러보니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사설탐정이 보였다. 그는 다소 낡은 나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의 흔적이 느껴졌다. 임다인은 곧장 다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뭘 알아낸 거죠?” 그러자 탐정은 천천히 서류 가방에서 밀봉된 서류 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말씀하셨던 그 하동진이라는 인물 말입니다. 조금 수상한 점이 있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