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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안시연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면 한번 가서 입어볼게요.” 박민정은 씩씩거리며 가버렸다. 할아버지가 특별히 그녀를 불러 옷을 사러 가라고 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면 할아버지에게 할 말이 없었다. 안시연이 들어가자 박성준도 곧장 따라갔다. 옷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저 안시연에게 당부하기 위해 들어온 거다. 가게에 있는 옷은 주로 면과 리넨 소재가 많았고 심플한 스타일에 피부에 닿는 촉감도 좋았다. “고객님, 다 입어보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 직접 말씀하세요.” 거리가 멀지 않아 건너편 가게에서 벌어진 일을 똑똑히 봤던 직원은 멍청한 그들과 달리 제 무덤을 파지 않았다. 안시연은 세 벌을 맞춰 입어보고는 그중 두 벌을 선택하여 계산했다. 수선정에 건조기가 있고 최미숙이 매일 빨래를 하니 두 벌이면 갈아입기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런데 계산하기 전 안시연은 자그마한 아기 물건에 상품명이 ‘턱받이’인 것을 보았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거즈처럼 부드러운 천에 작은 버섯 무늬가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하나를 집어 카운터에 놓고 계산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총 737,800원 입니다.” 비싸지만 괜찮다. 안시연은 박성준 앞에서 골드 카드를 꺼냈다. “이걸로 계산할게요.” 박성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여자가 소위 말하는 자존심 때문에 카드를 긁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로 이것저것 재는 걸 싫어했던 그는 안시연이 통쾌하게 카드를 긁는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안시연은 자신이 최미숙이 건넨 골드 카드를 긁는 것을 보고 그가 뭔가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해 박성준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아주머니가 준 건데 써도 돼요?” 직원이 고개를 돌리자 박성준은 표정이 굳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넌 이제 내 아내인데 내 돈을 쓰는데도 무슨 허락을 받아?” 안시연은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마도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 그 생각에 박성준이 왜 갑자기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녀가 옷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는지 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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