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남자의 눈썹은 먹으로 그린 듯 차가웠고 김소연을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
“어머니가 손자를 얼마나 기대하시는지 잘 알면서 이 아이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기는 해요? 김소연 씨?”
말문이 막힌 김소연은 멍하니 굳어졌다.
배 속의 아이는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고 마치 떠밀리듯 받아들인 상태라 그녀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고얀 녀석아, 뭘 그렇게 호통을 치니? 네가 애를 그렇게 몰아붙이니 눈가가 벌써 붉어졌잖아.”
침대 머리맡에서 눈을 뜬 강여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김소연은 곧장 달려가 강여진의 손을 꼭 잡았다. 코끝이 시큰해졌고 죄책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신중하지 못했어요. 걱정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해요.”
“아이고, 혈압이 좀 오르면 자주 쓰러지긴 하지만 이 고얀 녀석 말처럼 심각하지는 않아.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강여진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치 보물처럼 그녀를 아끼는 모습에 김소연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이런 따뜻함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단순한 거짓말이 강여진을 병원에 오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자책하게 했다.
강여진의 건강이 이토록 안 좋을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안절부절못하는 작은 얼굴을 냉랭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 이리 와서 날 좀 부축해다오.”
강여진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문득 김소연의 작은 손을 남자의 팔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의연하게 행동하며 이옥순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너는 네 아내 좀 달래라. 배 속의 손자가 제일 중요한데 싸우지들 말거라!”
이 말을 남기고 강여진은 여유롭게 걸어 나가며 문을 닫으라고 김영자에게 지시했다.
병실의 하얀 불빛이 은은히 비추는 가운데 방 안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남자는 김소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창가로 걸어갔다. 그의 차갑고 우뚝 선 실루엣은 여전히 냉랭한 기운을 풍겼다.
김소연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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