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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서약피의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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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 김소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왜인지 몰라도 그가 올 때마다 김소연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남자는 아마도 ‘괜찮아?’라고 묻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고 그럴수록 김소연은 쉽게 무너졌다. 김소연은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안 늦으셨어요. 도련님.” “엘.” 남자가 부드럽게 정정했다. “엘...” 김소연이 입술을 깨물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남자는 그녀 옆에 앉으며 긴 다리를 우아하게 꼬았다. 김소연은 몰래 그를 훔쳐보았다. ‘출장 갔다고 하지 않았었나? 근데 어떻게 신처럼 날 구하러 와준 거지? 아, 기사님이 오늘 밤 일을 말했나 보다.’ 남자는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팻말을 들었다. “12억. 아무도 저와 경쟁하지 않습니까?” 아래에서는 소란이 일었고 재벌가 여성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저 사람이 김소연이 붙잡고 있다는 그 양아치야? 근데 왜 저렇게 잘생겼어!” 노예슬조차 양아치답지 않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잠시 놀랐지만 곧 로즈가든에서의 원한이 떠올라 즉시 비꼬았다. “마스크 쓴 거 안 보여? 틀림없이 흉측할 거야. 칼자국 남은 얼굴에 어둠 속 인생을 사는 양아치일걸! 정우 도련님, 저 사람 코를 납작하게 해주세요!” 소문 속 ‘김소연의 양아치 남자친구’가 정말 나타났다는 사실에 허정우의 마음은 복잡했다. 믿고 싶지 않았고 김소연이 자신보다 더 잘난 남자를 찾을 리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 ‘양아치’가 12억을 호가하고 있었다. 허정우의 눈에는 곧 분노가 가득 찼다. ‘소연이가 나보다 더 돈 많은 남자를 만났을 리 없어! 분명 저 양아치가 허세를 부리는 걸 거야!’ 곧바로 허정우가 외쳤다. “16억!” “20억.”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잘 숙성된 레드와인처럼 차분하고 냉랭했다. 허정우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24억!” “28억.” 김소연은 남자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가격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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