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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한유리 씨.” “진주 갑부 한씨 가문의 따님이자 세계 50위권 기업 한주 그룹의 대표!” “H국 천재 황실 공주!” “10년 전에 조직에 가입했고 5년 전에 월드클래스 넘버원 킬러로 거듭난 그녀!” “4년 전, 세계 상위 1% 의학 교수로 등급!” “3년 전, 국제 차트 1위 해커로 등급!” “2년 전, 국제 카레이서 챔피언 획득!” “1년 전, 한무 세력을 설립하여 동남아시아의 무술계 챔피언을 물리치고 하룻밤 사이에 전국을 통솔하여 지하세계를 창립해!” “...” “오늘 새벽 세 시, 불의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 향년 19세!” 이 갑작스러운 비보가 오늘 9시 19분에 가장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방식으로 세계 각국을 놀라게 했다. 한유리... 그녀가 죽었다고? 이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녀가 죽었다고? ... “한유리!” “유리야...” “지아야...” ‘누구지?’ ‘누가 날 불러?’ 처절한 살육으로 휩싸인 두 눈을 서서히 떴을 때 온몸을 휘감는 고통에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고 더는 시달리지 못한 채 손을 뻗어 이마를 어루만지는 한 소녀가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한유리의 눈가에 들어온 건 뚱뚱한 손이었다... 아니, 이건 그녀의 손이 아니다. 비록 수년간 총을 잡긴 했지만 그녀의 손은 관리를 잘해서 길고 늘씬하며 새하얀 피부가 돋보인다... “여긴 어디지?” “스읍!” 순간 머릿속에 한가지 메시지가 강제로 휘몰아쳤다. “난 이지아야! 도둑질로 엄마, 아빠가 소년원에 보내버린 반항아 이지아라고...” 그녀는 이지아였다. 강현시 이씨 가문의 따님 이지아였다. 어려서부터 빼어난 용모와 총명함 때문에 쌍둥이 동생 이유영이 줄곧 시기, 질투를 해오는 대상이 되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이유영은 이지아를 음해하여 부모님 눈에 가장 말 안 듣는 문제아로 변해버리게 했다. 몸싸움, 무단결석, 이른 연애질, 도둑질, 이지아는 어느 하나 섭렵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심지어 여동생의 부추김으로 부모님이 소년원에 보내버렸는데 그곳에서 무려 3년이나 갇혀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유영, 너 딱 기다려. 내가 이지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만다!’ “이지아 씨.” “가족분들이 데리러 왔어요.” 관리원의 차가운 목소리에 한유리도 사색을 접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차분한 눈길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낡고 허름한 감방 안에 나무 책상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금방 가져온 뜨거운 죽이 놓여 있었다. 단지 한번 훑어봤을 뿐인데 한유리는 곧바로 알아챘다. 이 죽에 독을 탔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해외에 있는 만성 독약이었다. 독소가 수년간 축적되어 복용자는 전신 비만과 여드름으로 앓다가 3년 내로 반드시 죽게 된다. 한편 오늘이 바로 이지아가 소년원에 들어온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8월 20일 10시, 뉴스 속보입니다!” “어제 새벽 12시 3분, HY0921호 개인 비행기가 의외의 폭발 사고로 추락하였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진주 갑부 한씨 가문의 장녀이자 한주 그룹의 최연소 대표 사망, 향년 19세...” 소년원 홀 안에 틀어놓은 TV에서 뉴스 속보를 보도하고 있었다. 이에 한유리도 고개를 돌리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차갑고 쓸쓸한 눈동자가 화면에 고정되었고 두 눈에 들어온 건 비행기 추락 사고 현장이었다. 폐허 속에서 훤칠한 체구의 네 소년이 음침한 기운을 내뿜으며 비행기 파편을 뒤적였다. 그들은 동생의 생전 이름 한유리를 정처 없이 불렀다. “유리야...” “괜찮아, 오빠 왔어. 유준 오빠 여기 있어...” “우리 유리 안 죽을 거야. 절대 오빠 버리지 않을 거야, 맞지?” 한유리는 머리를 갸웃거리고 차갑기만 하던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쓸쓸하고 고독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오빠.” “나 안 죽었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꼭 기다려!” 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자신을 마중 온 집사와 함께 소년원을 떠났다. 다만 그녀가 돌아서던 그 찰나. TV 화면 속 비행기 사고 현장과 몇백 미터 떨어진 폐허 옆에 갑자기 신처럼 군림한 누군가의 실루엣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아득하게 짙은 두 눈동자로 폐허에서 미친 듯이 한유리의 시신을 찾는 뭇사람들을 내려다보더니 불쑥 가슴팍을 누르고 기쁨과 사랑에 찬 눈빛으로 변했다. “가슴이 안 아프네.” “너 아직 살아있구나.” “살아있으면 됐어.” “드디어 널 찾았네.” ... 그 시각 이씨 가문. 오연주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은 서주현을 바라봤다. “어머, 연주 씨, 소년원에 갇힌 큰딸 지아가 오늘 풀려났다면서요? 왜 마중 가지 않았어요?” 서주현은 지금 일부러 이런 말을 내뱉고 있다. 그녀의 집안은 오연주네 집안보다 한 레벨이 높지만 하필이면 이씨 가문 차녀 이유영이 공부면 공부, 재능이면 재능 전부 오연주의 딸보다 훨씬 뛰어났다. 요 몇 년간 오연주는 딸아이가 이유영보다 뒤처져서 줄곧 오연주에게 짓눌려 살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오늘 폐인 같은 장녀 이지아가 소년원에서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서주현은 일부러 오연주를 꼽주려고 아침 댓바람부터 이씨 저택으로 찾아왔다. “집사가 데리러 갔어요.” 오연주는 꿋꿋이 미소를 유지했다. “곧 있으면 유영이 학원 끝날 시간이라 주현 씨는 이만...” “괜찮아요. 저 여기서 기다리죠 뭐.” 서주현은 일부러 자신을 내쫓는 걸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이젠 지아 못 본 지 3년이나 된 걸요.” “그땐 공부도 못하고 도둑질에 싸움까지 일삼더니 소년원에 3년 갇혀 있으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겠죠?” 이건 비난이다. 이보다 더 직설적인 비난은 없다. 오연주는 창피해서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상류층에 머물면서 우수한 딸 유영이가 있어 가슴 펴고 다닐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걸 폐인 같은 이지아가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기분이었다. 끼익. 은은한 브레이크 소리가 오연주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얼른 일어나 이씨 저택 대문 앞으로 걸어갔다. 못생기고 뚱뚱한 이지아를 본 순간 오연주의 눈가에 짙은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사모님, 이지아 씨 돌아왔어요.” 오연주는 마치 이지아가 친딸이 아닌 것처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집사를 바라봤다. “집에 손님이 와 있으니 정문으로 들어가지 말아요.” “집사님 얼른 얘 데리고 뒷문으로 들어가요. 서주현한테 얘 이런 몰골 들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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