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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장

설은빈은 소리 없이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연신 자신을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네가 한 일도 아니잖아. 다 한미연 그년이 한 거야. 소정안이 복수해도 한미연을 복수해야지. 나랑 상관없어.’ 비록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있지만, 소정안이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그녀는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소, 소정안, 네가 왜 여기 있어?” 소정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 옆에 앉았다. “왜? 나 때문에 많이 놀랐어?” 설은빈은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다. “놀라울 게 뭐가 있다고. 며칠 동안 모습 안 드러내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의아한 것뿐이야.” “그래? 정안이야 산속에 갇혀서 굶어 죽길 바라는 건 아니고?” 유아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이미 속으로 설은빈을 수천 번이나 욕했다. 고등학생의 마음이 이렇게 악독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네.” 설은빈은 아직도 변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정안은 그녀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건망증이 있나 보네. 내가 생각나게 해줘?” 이 말을 들은 설은빈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정안을 쳐다보았다. 반면 소정안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 일의 자초지종을 한번 서술했다. 마지막까지 듣던 설은빈은 온몸이 취청 하더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소정안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 제대로 한번 계산해야지. 그리고 난 네가 원하는 걸 하나씩, 전부 가져갈 거야.” 말을 마친 소정안은 몸을 일으키고 유아에게 말했다. “얘 지키고 있어. 곧 내 차례거든.” “걱정 마, 정안아, 내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까. 파이팅.” 소정안은 더 이상 설은빈을 쳐다보지 않고 진행자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소정안은 마치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그녀는 마이크를 들고 유창한 영식 발음으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Good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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