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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같은 시간, 이씨 저택에서는 약혼식이 열리고 있었는데 강주시에서 꽤 명망 있는 인물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그들의 약혼식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이때 마침 지천무가 도착했고 이씨 가문 가주인 이상호가 직접 나와서 마중했다. “지천무 자네가 갑자기 웬일인가? 미리 연락했었더라면 마중이라도 갔을 텐데. 그래, 어르신은 잘 계시고?” 사실 이것이야말로 이상호가 가장 궁금한 일이다. 15년 전 그는 중병에 걸렸고 거의 모든 명의도 가망이 없다며 그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렸었다. 거의 죽어가는 그때, 한 어르신이 그를 구해줬고 그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나밖에 없는 딸과 어르신의 제자인 지천무의 결혼을 약속했다. “사부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지천무는 슬픈 표정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일곱 살 때부터 그는 사부님과 함께 생활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사부님은 며칠 전에 영영 그를 떠나고 말았다. “뭐? 돌아가셨다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로군.” 이상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지천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르신에게서 많이 배웠는가?” “부끄럽지만 바다처럼 넓고 깊은 사부님의 재간은 단지 조금만 배웠을 뿐입니다.” 지천무는 비록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사부의 능력을 90% 이상을 물려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심지어 사부의 능력을 능가했다. “조금만 배웠다고?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지?” 이상호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는데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어르신이지 지천무가 아니다. 만약 지천무가 어르신의 재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면 그나마 깍듯하게 대해줄 수 있겠지만 조금만 배웠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게 된다. “전 약속대로 혼약을 이행하러 왔습니다.” 지천무는 혼서를 내밀었다. “어디서 거지 같은 놈이 혼서를 들고 와서 감히 이씨 가문 아가씨를 얻으려 하다니. 꿈도 야무져라.” “그러게. 집에 거울도 없나 봐. 궁상맞은 꼬라지에 누굴 넘 봐.” “야, 거지새끼. 당장 꺼져!” 사람들은 일제히 지천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주요하게 산에서 금방 내려온 지천무의 꼬질꼬질한 옷차림 때문이었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재벌가 아가씨와 촌놈의 조합이라니, 두 사람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다. 오늘은 바로 이미소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지천무가 혼서를 가지고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기분이 불쾌해졌다. 이씨 가문 사람들도 입장이 난처해졌고 이상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딸의 혼약을 잊지 않았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어르신이 아무런 소식도 없자 이상호는 당연히 상대가 이 일을 잊었거나 혹은 포기했다고 생각해 딸에게 다른 상대를 찾아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천무가 하필 그녀의 약혼식에 나타났다니. 하지만 어르신이 돌아갔다는 걸 알고 이상호는 자기의 결정이 정확했다고 확신했다. “확실히 혼약은 있었지. 하지만 여태 소식이 없으니 포기한 줄 알았어. 그러니 이 혼약은 없었던 일로 하지.” 이상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천무는 어이없다는 듯 빈정거리며 웃었다. “다 죽어가는 가주님을 살린 건 사부님이십니다. 사부님이 없었더라면 가주님은 15년 전에 이미 죽었을 테죠. 그런데 이제 와서 파혼이라니, 당신에게 양심이 있기나 합니까?” “건방지다!” 이상호는 버럭 화를 냈다. “네 이놈! 네 사부님의 얼굴을 봐서 이번 한 번만 봐준다만 다시 무례하게 군다면 그땐 날 원망하지 마!” “내가 설마 너 같은 더러운 거지새끼와 결혼하겠어? 당장 꺼져. 내 눈 더럽히지 말고.”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걸어왔다. 괜찮은 몸매에 꽤 괜찮은 외모. 물론, 유아린과 비하면 두꺼비 정도이다. 이 여자가 바로 이미소이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나타난 젊은 남자는 이미소를 와락 품에 안으며 말했다. “야, 난 조씨 가문 도련님 조양호야. 한조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지. 그런데 너 같은 촌놈이 나랑 여자를 뺏겠다고? 주제도 모르고.”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 다리부터 부러뜨릴 거야.” 이미소는 혐오와 경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지천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씨 가문의 차기 집권자이자 귀한 아가씨가 어찌 거지와 결혼한단 말인가? 일류 가문의 상속자인 조양호만이 그녀의 운명이다. 한 무리의 추악한 얼굴에 지천무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호 씨, 우리 사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상호 씨의 수명을 10년 더 연장하라고 나한테 부탁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나 아직 멀쩡하고 팔팔해! 그러니 그딴 거 필요 없어!” 이상호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뻔뻔한 거지새끼가 아직도 안 꺼지고 있어? 얘들아! 이 새끼 다리 부러뜨려서 밖에 내던져!” 이미소는 경호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오늘은 그녀와 조양호가 약혼하는 날이다. 그러니 아무도 말썽을 피워서는 안 된다. 이내 경호원 몇 명이 빠르게 달려와 지천무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만해!” 이때, 이상호가 경호원들을 제지했다. 조씨 가문과 사돈을 맺는 이런 좋은 날에 그는 시끄러운 일을 만들기 싫었다. 이상호는 재빨리 2억 원의 수표를 지천무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2억이야. 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당장 가지고 여길 떠나!” “가지고 꺼져! 너 같은 거지새끼가 그런 큰돈을 본 적 있겠어? 혼서 내놓고 빨리 사라져!” 이미소는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지천무를 바라봤다. 지천무는 수표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상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15년 수명 값이 고작 이것뿐인가요? 보아하니 비싼 목숨은 아니네요.” 그 말에 이상호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야. 적당히 하고 꺼져. 네까짓 놈은 노동직에도 못 써먹어. 네가 이렇게 큰돈을 본 적 있어? 지금 꺼지지 않으면 이 돈도 못 받게 될 거야.” 이미소는 아예 지천무에게 다가와 혼서를 빼앗더니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천무는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소, 오늘 선택에 후회 안 하길 바랄게. 아, 그리고 조씨 가문도 영원히 내 앞에 무릎 꿇을 일이 없길 바란다.” “뭐야? 너 대가리에 물 찾어? 우리 이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우리 가문과 조씨 가문이 손잡으면 천하무적이야! 촌놈 주제에 뭐라는 거야?” “하하하하...”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지천무를 비웃었다. “유씨 가문 아가씨 오셨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강주시 최고의 명문가인 유씨 가문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봤고 순백의 단아한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여자의 오묘하고 완벽한 몸매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용모는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요정처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늘 자기의 미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이미소도 이 순간 들러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명문가 아가씨든 누구의 세컨드이든, 아니면 사모님이든 전부 그녀의 미모에 놀라움을 느끼며 질투를 느꼈다. “너무 아름다워. 세상에 요정이 존재한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까?” “소문에 강주시 제일 미녀라고 하던데, 직접 보니 정말 그 말이 맞았네.”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유아린의 미모에 푹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두 눈에는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아까만 해도 득의양양했던 조양호는 유아린의 등장에 탐욕스러운 감정이 솟구쳐 옆에 있는 이미소가 볼품없이 느껴졌다. “유아린이 여기 왜 왔지? 설마 오늘 약혼식 때문에 온 건가?” “강주 최고의 명문가를 대표하는 유아린이 이 약혼식에 참석했다니. 이씨 가문 정말 대단하군.” “조씨 가문 체면을 봐서 온 거겠지. 비록 조씨 가문이 유씨 가문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겨우 일류 명문가 반열에는 올랐잖아.”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하였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상호는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맞이했다. “유씨 가문 아가씨가 여길 어떻게... 우리 이씨 가문의 영광이네요. 미리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씨 가문 다른 사람들도 급히 앞으로 나서서 유아린과 한 마디라도 섞을 기회를 노렸다. 유아린에게 잘 보인다면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은 뻔한 일이다. “야, 거지! 내 앞길 막지 말고 절로 꺼져!” 이미소는 경멸의 눈빛으로 지천무를 노려보더니 다급히 유아린에게 다가갔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지?” 지천무는 깜짝 놀랐다. 어젯밤 그와 함께 지냈던 여자가 강주 최고 명문가의 딸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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