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유아린의 코 앞까지 다가온 흑호가 머리 꼭대기에서 군림하겠다는듯 서늘하게 물었다.
“유아린 아가씨, 내가 왜 당신 여기 데려왔는지 압니까?”
“알다 마다요. 허나 그 일은 정말 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도련님 다치게 한건 지천무니까요.”
유아린이 급히 지천무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어차피 지천무가 진작에 강주시를 벗어났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말이다.
흑호당이 제 아무리 세력이 방대하다 한들 그건 강주시 한정일테니.
“아가씨 남편인데다 아가씨때문에 내 아들을 그렇게 떡이 되게 팼는데 연관이 없다뇨!”
흑호가 노발대발하며 유아린의 머리채를 단번에 낚아챘다.
두피를 벗겨내는듯한 고통에 유아린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말했다.
“흑호 님, 지천무와 전 그저 정략결혼을 한 계약부부일 뿐입니다. 저 역시 그 이가 그토록 충동적인줄도 몰랐고요. 그땐 정신이 혼미했던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계약부부요?”
흑호가 재밌다는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추켜들었다.
“줄곧 순결을 유지한데다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적도 없고 계약부부이기까지 하다는걸 보면 아직도 깨끗한 몸이겠네요?”
그 말에 유아린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
“흑호 님, 제발 풀어주십시오. 모든 의료비용은 물론 추가로 400억을 보상으로 드리는건 어떨까요?”
“반불구 돼서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중입니다. 내 유일한 아들놈이고요!”
아들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었는지 흑호가 또 한번 급발진을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어떡하겠어요. 절 죽이신다고 해도 해결될게 없을텐데요.”
유아린이 쭈볏쭈볏 말을 꺼냈다.
“아가씨 말이 맞아요. 여기서 당신 하나 죽어나간다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당신이 사건의 도화선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반드시 책임을 져야겠죠.”
“제가 어떻게 책임을 지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내 가문과 사업을 물려받을 후대가 끊기면 쓰나, 내 아들 저렇게 됐으니 아가씨가 애라도 낳아줘야죠.”
흑호의 두 눈이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며 굶주린 맹수를 방불케 했다.
주변에 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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