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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은 후 나는 가방을 챙겨서 나갔다. 그런데 기숙사 아래에서 강주호를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은아야.” 강주호의 얼굴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나는 그가 다가오려 하자 급히 뒤로 물러섰다. “가까이 오지 마.” 나는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얘기하자.” 만약 그가 또다시 손목을 그으려 한다면 나는 무척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은아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강주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지만 내 경계심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은아야, 나...” 주변에 구경꾼들이 잔뜩 모여들면서 강주호도 기세가 약해졌다. “나는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강주호의 눈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나랑 다시 잘 지내자, 응?” “흥.” 나는 비웃음을 흘렸다. “네 사랑은 언제나 사람을 숨 막히게 하지.” “그게...” 강주호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강주호가 무슨 염치로 여길 또 와?” “그러니까! 전엔 자살 시도해서 은아를 그렇게까지 악플 공격 받게 해놓고 지금 또다시 나타나다니.” “강씨 가문이 요즘 탈세랑 제품 위조 사건 때문에 난리던데. 그런 와중에 여기까지 와서 은아에게 매달리다니. 역시 금수저로 자라서 그런가 이기적이네. 세상 사람들 눈 따위 신경도 안 쓰는구나.” 주변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강주호는 내가 겪었던 고통을 제대로 실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강주호가 나를 향해 말했다. “은아야, 정말 이 사람들이 날 이렇게 욕하게 그냥 두겠다는 거야?”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다 주현수 때문이잖아!” 분노에 찬 강주호는 한 걸음 다가왔다.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주현수가 자꾸 시비를 걸지만 않았어도 강씨 가문이 이렇게까지 몰락하지 않았을 거야.” “강씨 가문이 탈세하고 제품 위조한 게 주현수 대표님 때문이야?” 나는 차가운 어조로 대꾸했다. 강주호 같은 사람이 주현수를 욕할 자격은 없었다. “그런 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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