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나 안가, 나 너랑 있을 거야. 진우야, 우리 도망갈까? 우리 여기 떠나자. 왜, 대체 왜, 걔랑 결혼한 거야, 응?" 구유아는 울다 지쳐서 멍해졌다. 구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냈을 때, 강진우는 그녀를 안아 고씨 가문 사람한테 보냈다. "잘 보살피세요." 그날 밤, 강진우는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다. 그는 서재로 가서 아버지한테서 받은 자료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펼쳐보았다. 그는 자료를 위해서 만난 적도 없는 여자애와 결혼한 게 맞는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서로 이용하는 것뿐이야."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튿날 아침, 고인아가 일어나 식사하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누군가 그녀한테 물 한 대야를 건넸다. 그녀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위애화는 그녀를 보며 비웃었다. "이름 없는 가문 출신이라 역시 다르네, 이것도 몰라? 모른다고 해도, TV에서 봤을 텐데, 넌 TV도 안 보니?" 누군가 자기를 조롱하자 고인아는 주먹을 꽉 쥐고 참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고인아는 위애화의 행동을 보며 그녀의 행동을 따라 했다. 위애화는 그녀를 무시하면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유아랑 비교하면 정말 별로야, 왜 이런 애를 고른 거야." 강시장은 옆에서 기침하며 와이프한테 귀띔했다. "인아가 모르면, 네가 형수니까 가르쳐주면 되지, 다른 사람 말은 왜 꺼내?" "비교하는 것도 안 돼?" 위애화는 맞은 쪽에 앉아 있는 고인아를 비꼬며 말했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이런 애를 데리고 오면, 난 바로 앞에서 죽어버릴 거야." "그만해!" 강시장은 아주 똑똑했기에 와이프의 말뜻을 바로 알아챘다. 위애화는 강진우 아버지와 자신이 강진우한테 찾아 준 와이프가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넌 그냥 진우 형수야, 진우 혼사에 네가 뭐라 할 자격 없어." 강시장은 아침부터 화를 냈다. 강진우 아버지가 서서히 걸어오며 말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그는 자고 났더니 기분이 좋아졌기에 어젯밤 고인아의 일 때문에 화내지 않았다. 그는 앉고 나서 고인아 옆자리가 빈 걸 보고 물었다. "인아야, 진우는? 와서 밥 먹으라고 해." 고인아는 빈 옆자리를 보며 강진우가 집에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했다. 집사는 고인아의 난감함을 알아채고 말했다. "도련님이 어젯밤부터 집에 없었어요, 아마 회사 간 것 같아요." "뭐라고! 신혼 첫날밤에 회사를 가다니, 내가 잘 지키라고 했잖아. 왜 어젯밤에 나한테 말하는 사람이 없었어? 다들 반항하는 거야?" 강진우 아버지는 버럭 화를 냈다. 위애화가 비꼬며 말했다.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싫으니까 당연히 멀리한 거겠죠." 강시장도 버럭했다. "입 다물어." 결혼한 지 고작 이틀인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괴롭힘당했다. 강시장은 와이프의 행동에 마음에 안 들어 바로 위애화를 데리고 식탁을 떠났다. 강진우 아버지는 테이블을 치며 소리 질렀다. "강진우 당장 불러와, 아주 제멋대로야." "네, 어르신." 안방에 돌아온 강시장은 와이프를 뿌리치고는 위애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불만에 가득 찬 거 다 알아, 하지만 넌 그냥 진우 형수일 뿐이야, 진우 결혼에 간섭할 권리 없어! 그리고 네가 우리 아들한테 무슨 꿍꿍이인지 다 알아. 강신이 나중에 뭘 하든지 모두 강신 일이야, 네가 대신 걔 인생 선택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말 똑바로 해, 꿍꿍이라니! 강시장, 내가 너랑 결혼한 지 20년이야, 갓 결혼해서 들어온 고인아보다 못해? 내가 보기엔, 네가 고인아 좋아하는 거 아니야?" "미쳤어?" 강시장은 이를 악물고 손을 들었는데 자칫하면 위애화를 때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