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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가서 쉬자." 강진우는 고인아를 데리고 위애화의 앞으로 지나갔고 위애화만 혼자 거실에 남아 생각에 잠겼다. 안방에 도착하자 강진우는 여전히 조금 전 말에 집착했다. "마음속으로 날 뭐라고 욕했는데?" 고인아는 혀를 살짝 깨물고는 강진우를 보고 웃었다. "모르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이 날 목 졸라 죽일까 봐 걱정돼." 강진우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솔직하게 말 안 하면 내일 이사 안 해." "개자식." "그리고 또?" "찌질이." 고인아는 말하고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태세를 하고는 몰래 머리를 들어 낯빛이 어두워진 강진우를 보았는데 그가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정수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 그만 봐, 그러다가 내 정수리에 있는 비듬도 다 사라지겠어." 강진우가 말했다. "계속해 봐, 또 뭐라고 욕했어?" 고인아는 고개를 저었고 감히 더 말하지 못했다. "내 머리가 아주 작아서 욕을 하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어, 더 없어." 강진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네 머리 안 작은 거 같은데?" "너랑 비슷해." 고인아와는 말을 많이 섞으면 안 되었다. 그럴수록 자기만 손해였다. 강진우는 고인아의 손에 들린 물컵을 빼앗고 그녀 앞을 지나 소파에 앉았다. "왜 날 욕했는데?" "오해였어. 난 당신이 구유아 씨랑 아무사이 아닌 줄 몰랐어. 그리고 그 여자가 이렇게 막 말할 거라고 생각 못 했어. 내가 전에 당신 여자 친구인 줄 알고 당신이 나랑 결혼해서 두 사람 갈라놓은 것 같아 미안해하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 보니 헛! 아주 가식적인 사람이었어. 이렇게 내 손을 빌려 일을 처리하는 걸 보니 아주 고단수야." 고인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말을 많이 했다. 다 말하고서야 강진우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왜 또 날 보는데?" "너 참새 띠야?" '짹짹거리며 말도 참 많네." 고인아가 말했다. "초등학교 졸업 못 했어? 12간지 몰라?" 강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됐어, 내가 입 다물어야겠어.' 그가 입을 다물었지만 고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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