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연화야, 비파 연주할 줄 모르면 얼른 내려와! 희수 혼자 부르라고 하면 되지!”
“그러니까, 내려와, 내려와! 다들 한참 기다렸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번에 양희수는 드디어 자신이 고연화를 눌렀다는 생각에 몹시 우쭐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희수는 자신의 이해심 넘치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온화하게 동정하듯 고연화에게 말했다.
“연화야, 이렇게 된 거 너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게. 먼저 내려갈래? 역시 나 혼자 하는 게 낫겠어!”
“응. 그래.”
고연화는 고개를 끄덕인 뒤 흔쾌히 동의했다.
마침 연주 같은 걸 하기 귀찮기도 했다.
막 비파를 내려놓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데 양희수의 친구들이 앞줄에서 선동하는 게 들렸다. 목소리가 작지도 않았다.
“쳇, 비파도 연주할 줄 모른다니, 고연화도 별거 없잖아!”
“집안이 그렇게 좋잖아, 공부 성적도 진짜 소문처럼 대단할지 누가 알아? 돈만 있으면 만능 엘리트 이미지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쟤네 집이 뭐가 좋아! 전에 선생님이 자료실 청소하라고 했을 때, 고연화 학적 기록부 봤는데 그냥 시골 출신이던데? 대학 오기 전에는 빈곤 학생이라서 보조금 받으면서 학교 다녔대!”
“어? 빈곤 학생이라고? 그럼 걔 가족이라는 사람은 어디서 돈이 나와서 학교에 건물을 기증한 건데?”
“너 그게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얼굴 믿고 서울에서 돈 있는 남자를 양아빠로 삼은 것 같은데? 가난한 여자애들이 돈 때문에 타락하는 경우가 많잖아!”
“양아빠? 그러니까 오늘 그 잘생긴 남자가 고연화 양아빠라고?”
“안 그럼 그렇게 젊은 남자가 친아빠겠어? 흥! 겉으로는 양아빠겠지만 뒤로는 어떤 사이일지 누가 알겠어!”
“참! 나 전에 학교에서 고연화가 예전에 교장실에 자주 불려 갔다는 소문 들었었는데, 한 번 불려 가면 기본 한 시간은 있었대! 나 쟤 교장이랑 어쩌면 그렇고 그런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 안 그럼 교장이 왜 쟬 그렇게 떠받들어 주겠어? 오늘 졸업식에서도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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