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6장
여자가 딸의 손을 덥석 잡아채곤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모님, 저희는 하영 마을에 사는 평범한 농민 집안입니다. 저희 딸 보라와 고연화는 같은 고등학교 동창 사이고요.”
그 말에 할머니 곁에 앉아있던 고연화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디서 본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
“그래요, 그쪽 딸과 우리 연화가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 다음은요?”’
“고등학교 시절, 고연화는 늘 수업에 빠지며 학교 밖에서 껄렁거리는 무리들과 어울린 탓에 성적이 매우 좋지 못했습니다.”
그 말에 할머니가 별로 믿지 않는듯 미간을 찌푸리시며 곁에 있는 착하고 철든 손주 며느리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절대 그런 아이 같진 않았으니 말이다.
고연화 역시 무감한 얼굴로 피식 웃으며 여유롭게 차만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수능이 있던 날, 줄곧 전교 1등이었던 저희 딸 보라는 매 과목 빠지지 않았고 시험장에 꼬박꼬박 도착했었습니다. 허나 정작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저희 딸 수능 성적표가 보이지 않더군요. 이상한 마음에 학교에 찾아가 봤지만 빙빙 돌리기만 할뿐 그렇다할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무슨 힘이 있을까요 권력이 있을까요, 결국 그대로 받아 들일수 밖에 없었죠. 그 뒤로 보라는 대학교는 꿈도 못 꾼채 저희 부부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중년 여자가 목 멘 소리로 흐느끼자 곁에 있던 딸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소연에 동정을 해주면서도 의문을 품은 할머니다.
“댁네 딸 수능 성적표가 없는게 우리 연화랑은 무슨 상관이지! 연화한텐 왜 찾아온거요!”
그러자 중년 여자가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며 한 맻힌 눈빛을 하고 말했다.
“상관이 없다뇨! 쟤 때문에, 저 고연화가 우리 딸 성적표로 서울대 가는 바람에 우리 딸 보라는 이 지경이 됐는데요!”
할머니가 충격과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셨다.
“뭐라? 그럴 리가 있나 어디!”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도 최근 들어 그 진실을 접했습니다. 고연화가
![](/images/book/appLock.png)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