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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허태윤은 시선을 내려 그녀를 쳐다봤다. “큰 문제는 없어서 정시후가 이미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갔어요.” 고연화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께서 무사하시면 됐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아저씨 안녕!” 말을 마친 그녀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만에 다시 멈춰 선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저씨, 왜 아직도 따라와요?” 허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연화 씨가 오늘 저녁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고연화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 저는 할머니에게 밥 사드리면서 내친김에 아저씨를 데려간 거예요! 할머니가 못 가니까 이 식사자리는 당연히 쫑난 거죠!” 하, 내친김에? 허태윤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냉소를 흘렸다. “그럼 제가 사죠. 밥은 먹어야 하니까요.” 고연화는 관심이 없어 연신 손을 저었다. “… 아저씨 혼자 먹어요, 전 다른 약속이 있거든요!” 허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구와의 약속인데요?” 기분이 나빠진 고연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꼭 알려줘야해요?” 허태윤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떨 것 같은데요?” 이 남자는 통제욕이 너무 강해 할 말이 없어졌다! 그나마 두 사람의 부부 관계는 잠깐이라 다행이었다. 기한이 길었다면 누가 견딜 수 있을까! 고연화는 두 손을 펼쳐 보이며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오늘 저 졸업식이에요. 친구가 모여서 밥 먹자는데 별문제 없으면 아마 밤늦게까지 놀 것 같아요.” 그녀는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했고 태도도 성실했지만 그의 동의를 구하는 건 아니었다. 허태윤은 고개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 “대학 친구는 졸업하고 나면 딱히 접점이 없을 텐데, 그런 소용없는 모임에까지 굳이 가야 합니까?” 고연화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가야 해요! 모임에 꼭 이득이 있어야 해요? 친구끼리, 이제 앞으로는 다 사회인이라 각자 살길 찾아가느라 앞으로 이렇게 마음 놓고 놀 기회도 없을 거란 말이에요. 전 가서 제대로 인사하고 싶어요.” 허태윤의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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