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고연화는 담담한 얼굴로 허태윤을 향해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왜요? 아저씨도 제가 의심스러워요?” 허태윤은 입꼬리를 올렸다. “뭘 의심해요? 스스로에게 주는 졸업선물이 질 낮은 남자에게 자기 몸을 파는 거라고 의심해야 해요?” 순간 멈칫한 고연화는 그를 흘겨봤다. 지금이 어느 땐데 이 아저씨는 농담할 여유가 있나? 하지만 조롱하는 허태윤의 태도를 보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건가? 허태윤을 무시한 고연화는 경찰을 보며 말했다. “경찰 아저씨, 제가 조사에 어떻게 협조해야 하죠?” 경찰이 엄숙하게 말했다. “우선 따라오세요!” “연화야….” 여사님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손자며느리의 팔을 잡고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고연화는 여사님을 향해 미안해하며 웃어 보였다. “할머니,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 오늘 같이 저녁 못 먹을 것 같네요.” 그 말에 여사님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연화야, 설마 너 정말…” 고연화는 아무런 말 없이 경찰의 뒤를 따라 안쪽에 있는 심문실로 들어갔다… 허윤진의 곁을 지나칠 때, 허윤지는 승기를 잡았다는 얼굴로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 “고연화 씨, 집으로 도망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면 이 일이 그냥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똑똑히 들어요, 아무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을 속일 순 있어도 절대로 나를 속이진 못해요!” 걸음을 멈춘 고연화는 조용히 그녀를 쳐다봤다. “아가씨, 원조교제를 한 게 저일 거라고 왜 그렇게 확신을 하고 있어요? 뭘 보기라도 한 거예요? 아니면 무슨 증거라도 있나요? 감히 말할 수 있어요?” 허윤진은 순간 뜨끔했지만 별 거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니 전 아무것도 못 봤고 증거도 없어요. 오로지 제 직감을 믿어요! 고연화 씨, 일이 이렇게 됐는데 왜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경찰이 정황을 확인하고 나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나 두고 보자고요!” 고연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경찰을 따라 심문실로 들어갔다.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룬 허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