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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허태윤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웃고 있는지 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고연화는 어렵사리 그의 넥타이를 매준 뒤 고개를 들어 그를 힘껏 노려보았다. “아저씨,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 있어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그녀가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없어.” 허태윤은 차가울 정도로 빨리 대답했다. 고연화는 그저 입을 삐죽거렸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일부러 넥타이를 비뚤게 잡아당기고는 자리를 떠나버렸다. “왜? 월요일에 무슨 일 있어?” 허태윤은 눈을 내리깔고서 스스로 넥타이를 바로 하며 물었다. 고연화는 고개를 돌려 허태윤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했다. 설령 아저씨에게 시간이 있더라도 어떤 신분으로 그녀의 졸업식에 참석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이 남자는 애초에 화려한 신분의 소유자이기에 자칫하면 그녀까지 불필요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에요! 그냥 한 번 물어봤어요!” 결국 과감히 이 생각을 포기한 그녀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대답했다. 허태윤도 더 추궁하지 않고 그녀 앞으로 걸어오더니 손으로 그녀의 턱을 위로 올리며 물었다. “꼬마 아가씨, 아직도 배가 아파?”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이미 다 나았어요!” 고연화는 으르렁거리는 작은 고양이처럼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래. 내 집에서 인명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거든.” 담담하게 말을 마친 허태윤은 그녀의 뾰족한 턱을 놓아주며 양복 재켓을 팔꿈치 안쪽에 툭 걸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고연화는 커다란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이 아저씨는 진짜 은근히 매를 버는 스타일이라니까! 그 후 고연화는 또 허씨 가문 여사님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입을 연다면 할머니는 분명 흔쾌히 그녀의 졸업식에 참석할 테지만, 할머니는 연세도 있고, 졸업식은 지루하고 긴 시간 진행될 게 뻔했기에 어쩌면 어르신에게 민폐를 끼치는 거일 수도 있었다. 됐어. 까짓거 그냥 혼자 오르면 되지! ... 월요일. 서울대 강당의 단상 위에서 교장이 한창 졸업식 개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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