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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소유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고소해했다. 소유는 이 일을 손목시계를 망가트렸던 고연화의 업보라고 여기며, 쌤통이라고 생각했다. 소유는 가식적인 한숨을 내쉬며 다가갔다. “태윤아, 너무 화내지 마! 고연화 씨가 너 몰래 이런 일을 꾸몄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 허태윤은 소유를 힐끗 노려보더니 더는 소유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의 냉랭한 시선은 고연화에게 머물렀다. “이리 와!” 허태윤은 얼어붙은 말투로 말했다. 고연화는 차분히 자기를 부축해 준 탁지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허태윤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아저씨...” 하지만 고연화는 허태윤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 했다. 그 순간, 허태윤은 긴 팔을 뻗어 허태윤을 일으켜 세웠다. “왜 이렇게 허약해요?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허태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죽을 것 같은 와중에 허태윤의 비아냥거림까지 감내해야 한다니, 고연화는 불쾌해졌다. 지금 힘이 남아있었더라면 허태윤에게 주먹이라도 날렸을 것이다. ‘무슨 사람이 이래? 마음 아파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동정심은 있을 수 있잖아?’ 허태윤이 잔뜩 굳은 채로 고연화를 안고 있자 소유와 강찬양, 허윤진은 어리둥절했다. 허태윤이 고연화가 한눈판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히려 고연화의 컨디션을 걱정하고 있었다. 고연화는 허태윤의 몸에 기댄 채,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제야 힘이 조금 난 고연화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아저씨, 내가 사 오라고 부탁한 물건, 갖고 왔어요?” 고연화의 말에 모든 사람은 더 어리둥절했다. ‘부탁한 물건?’ 고연화가 말을 꺼내자 듬직하면서도 냉철한 허태윤의 얼굴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끄러움이 비쳤다. 그는 곧이어 고급스러운 정장 주머니에서 생리대를 꺼내 고연화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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