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자료속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게 생긴 데다 평균 나이는 마흔 정도였고 대부분은 제대로 된 직업도 없었다!
고백천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류예화를 노려봤다.
“어떤 건 내 또래도 있네! 류예화, 어떻게 연화에게 이런 노인네들을 소개해 줄 수 있어!”
류예화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 남자들의 사진과 자료들은 다 사전에 다듬은 것들이었다.
고연화 저것이 평소에는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더니 이 남자들의 진짜 자료를 알아낼 재주가 있을 줄이야!
류예화는 얼른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백천 씨, 나도 이럴 줄 몰랐어요. 제가 연화에게 골라준 남자는 다 고르고 또 고른 남자들 뿐이었어요. 분명 중매 서는 사람이 가짜 정보를 준 게 확실해요!”
고연화는 웃음이 다 나왔다.
“아줌마, 남자 쪽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렇게 능력남들이라고 했었던 거예요? 제가 친달이 아니라고 제 인생중대사에 이렇게 대충이어도 되는 거예에요? 아버지, 만약 제가 정말로 이런 늙다리랑 결혼을 했다면 아버지도 딱히 얼굴을 들 수 없지 않겠어요?”
류예화는 서둘러 변명 거리를 찾았다.
“아… 그게 아니라…”
하지만 고백천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실망했다는 듯 자료를 류예화의 얼굴로 뿌렸다.
“됐어! 앞으로 연화의 혼사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마! 이번 달은 카드 정지시킬 테니까 나가서 허튼 돈 쓰지 말고 집에서 얌전히 반성하고 있어!”
류예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백천 씨, 정말 오해예요…”
고백천은 그녀를 신경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미안한 얼굴로 고연화를 쳐다봤다.
“연화야, 요 며칠 늙은 남자들만 만나고 다니느라고 고생 많았어. 앞으로는 더 이상 선 자리 안 나가도 돼.”
고연화는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아버지.”
고백천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류예화는 사나운 눈빛으로 고연화를 단단히 노려봤다.
분노에 찬 류예화의 시선을 느낀 고연화는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참, 아줌마.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직접 고르신 능력남들이 아마 원하는 사위 상인 것 같아서 그 남자들에게 남긴 연락처는 다 설아 언니의 개인 연락처였어요. 설아 언니가 그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기를 바랄게요!”
류예화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다.
“뭐라고? 너, 너 어떻게 감히!”
자신의 딸은 대스타인데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설아에게 전화 걸 자격이 없었다!
류예화를 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고연화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위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조용히 고연화에게 욕설을 내뱉은 류예화가 막 방으로 돌아가 고백천에게 카드를 정지시키지 말아달라고 말리려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1
이렇게 늦은 시간, 누가 찾아 온 거지?
문을 열자, 정장 차림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등 뒤로 검은 옷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손에는 물건을 잔뜩 든 채 흉흉한 기세로 서 있었다.
야밤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자 류예화는 저도 모르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 누구 찾으러 왔어요?”
정시후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저희는 대표님 명을 받고 따님께 예물을 드리러 왔습니다.”
“예물이요? 무슨 예물이요? 그쪽 대표님은 또 누군데요?”
“저희 대표님 성함은 허태윤입니다.”
그 유명한 이름을 듣자 류예화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 허태윤이요?! 제1 가문 허 씨 가문의 큰 도련님 허태윤이요?”
정시후가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내 류예화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허태윤 도련님이 저희 딸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요?”
정시후는 복잡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 그렇게 이해하셔도 됩니다.”
류예화는 정시후가 말하는 게 대스타인 자기 딸 고설아라고 생각해 예쁘고 목소리도 좋으니 재벌가 도련님의 마음에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청혼자는 너무 거물인 데다 곧바로 찾아와 예물부터 주는 건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류예화가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자 정시후가 물었다.
“사모님께서는 이 혼사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정신을 차린 류예화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지금은 딸이 집에 없어서요. 이렇게 큰 일은 역시 집에 오면 다시 얘기를 하는 게….”
정시후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사모님, 따님께서는 이미 저희 대표님이 주신 약혼반지를 받으셨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예물을 받으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설아가 이미 허태윤이 선물한 반지를 받았다니, 설마 두 사람 진작부터 사귀고 있던 사이였던 건가?
설아도 참, 허태윤 같이 대단한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집에 이야기 한 번 하지를 않고!
류예화는 귀빈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서둘러 정시후를 집안으로 들였다.
하지만 정시후는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수하들에게 예물을 들여가라고 지시했다.
“사흘 뒤, 저희 대표님께서 직접 찾아 와 아가씨를 모셔갈 예정입니다.”
류예화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예? 사흘 뒤에요?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 아니에요?”
정시후가 말했다.
“걱정마세요, 사모님. 결혼식은 저희 대표님께서 이미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전부 최상급으로 준비해 아가씨께서 속상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
모든 것이 최상급이라니!
허태윤은 설아에게 푹 빠졌구나!
설아가 허 씨 가문에 시집가게 된다면 그녀는 허씨 가문 도련님의 장모님이니, 앞으로의 부귀영화는 걱정할 게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누굴 보든 공손하게 허리를 굽신거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류예화는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좋아요! 사흘 뒤에 저희 쪽에서도 딸을 시집보낼 준비를 해둘게요!”
정시후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기척을 들은 고백천이 다시 방에서 나왔다.
“누가 온 거야? 이게… 다 뭐야?”
값비싼 예물들을 소중히 매만진 류예화는 아직도 심장이 다 떨렸다.
“백천 씨, 경사 났어요! 허 씨 가문 도련님인 허태윤이 우리 집 설아를 마음에 들어 한대요. 이게 다 허 씨 가문에서 우리 설아에게 보낸 예물이라는데, 죄다 좋은 것들이에요.”
고백천은 얼이 빠졌다.
“뭐라고? 허태윤? 그 막 귀국해서 허진 그룹 대표 이사가 된 허태윤 말하는 거야?”
류예화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요!”
고백천은 너무 흥분해 심장이 덜컥 멈출까 봐 걱정이었다.
“세상에! 우리 설아가 허태윤의 눈에 들다니!”
류예화는 우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하죠, 누가 낳은 딸인데요!”
“예화야, 네가 나한테 아주 대단한 딸을 낳아주었구나!”
“흥, 이제 와서 칭찬이에요? 아까까지만 해도 카드 정지시킨다더니!”
“아이고, 아까는 화가 나서 그랬지. 연화가 아무리 친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연화더러 그렇게 늙은 남자들과 선을 보게 해서는 안 되지!”
“제가 뭐 일부러 그랬나요! 연화는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야만적이고 성격도 안 좋아서 나이 좀 있는 남자들을 찾으면 좀 보듬어줄거라고 생각했죠! 중매인이 거기서 가짜 프로필을 줄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예화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널 오해했어!”
두 세 마디로 고백천을 달랜 류예화는 우쭐해졌다.
고연화 그 조그만 게 감히 자신에게 도전하다니?
아직은 한참 멀었다!
하지만 이제 설아가 곧 있으면 허 씨 가문에 시집갈 테니, 그들 모녀의 좋은 날이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고연화 그 말썽꾸러기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 류예화는 연예인인 딸 고설아에게 집에 다녀가라고 전호라르 걸었다.
고설아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분이 안 좋은 듯 투정을 부렸다.
“엄마,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부른 거야? 나 오후에 촬영 있단 말이야!”
“당연히 너랑 허 씨 가문 도련님 결혼 때문에 그러지!”
“결혼? 무슨 결혼? 나 허 씨 가문 도련님 모르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딸의 얼굴에 류예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서둘러 어젯밤이 사람이 찾아와 예물을 주고 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이야기했다.
“설아야, 네가 어떻게 허 씨 가문 도련님을 몰라? 이미 도련님이 선물한 약혼반지도 받았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