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0장

지성은 제게 삿대질하며 막말을 퍼붓는 인간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니 한 뼘이 넘는 키 차이가 성호를 압도했다. “아직도 윤서 친아빠라는 말이 나오네. 내가 당신이었으면 입 닫고 잠자코 있었을 거야. 친딸도 아닌 나예린 협박한다고 날 탓해? 저 겁에 질린 표정을 봐, 누가 봐도 이번 일이랑 엮인 사람이잖아. 날 못 믿겠으면 머리라도 좀 굴리지 그래. 이러니까 나주 그룹이 당신 손에서 점점 곤두박질치는 거야!” 지성의 자비 없는 폭탄 발언에, 성호는 밭은 숨을 내뱉으며 뒷걸음질 쳤다. 화연이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와 성호를 붙잡았다. “장인어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 예린이가 대체 널 어쨌다고 이래? 어린애가 좋아하는 마음 좀 품은 거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화연이 아무리 말해도 지성의 태도엔 변화가 없었다. 나예린이 양자택일을 하지 않는 이상, 오늘 아무도 여길 나가지 못한다. 겉으론 덤덤해 보이는 지성이지만 사실 속은 바질바질 타고 있었다. 예린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으면 어떡하지? 예린은 내내 고개를 푹 떨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지성이 이렇게 윤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니, 앞선 예린의 계산이 다 틀렸던 거다. 성호의 협박에 그가 어쩔 수 없이 윤서를 택했다고 여겼다. 지금 보니 어쩌면 지성은 한참 전부터 윤서를 마음에 뒀을지도 모르겠다. 예린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윤서 같은 여자를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다니, 그게 하필 배지성이라니. 분명 그녀가 먼저 알게 된 남자인데 왜 윤서는 그것마저 가로채나! “하, 우리한테 뭘 어쩔 건데? 그냥 허세 부리는 거잖아.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라니까, 설령 맞다 해도 뭘 어쩌려고? 일단 손이라도 댔다간 내일 바로 뉴스 속보에 뜰 텐데. 배연 그룹 사장이 와이프 여동생 건드렸다는 걸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거야. 그럼 다들 무슨 일인지 멋대로 해석하겠지, 그땐 그 집안도 무사하진 못할걸?”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