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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4장

지성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은 성호는 그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침을 탁 뱉었다. “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감히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진짜 새아빠였으면 윤서를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겠어? 어려서부터 원하는 건 안 해준 적이 없는데, 네가 윤서랑 결혼한 것도 내가 싹싹 빌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뭐? 딸을 아끼지 않는다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성호는 생각할수록 열이 뻗친다. 이젠 장인어른이라 불러야 할 놈이 저렇게 사람을 무시한다니! 그렇게 잘났으면 윤서랑 결혼도 하지 말 것이지. 딸이 봉변을 당했다는데 아빠인 그가 조급하지 않을 리 있나? 꼭 세상에서 저 혼자만 윤서를 신경 쓰는 것처럼 연기나 하는 놈이. 홧김에 성호는 이 일에서 손을 떼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어차피 윤서에겐 저리도 급해하는 남편이 있는데 아빠인 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뜻밖에도 부랴부랴 집으로 오던 예린과 맞닥뜨렸다. “넌 어디 갔어? 오늘 언니 집 와서 밥 먹기로 한 거 몰라? 좀 빨리 들어오면 어디 덧나니? 굳이 책임질 필요도 없는데 널 집으로 데려온 것만으로도 난 의리를 다했어. 내 딸한테 전혀 신경이 안 쓰여? 그래도 지금은 네 언니야!” 가뜩이나 화를 한가득 품고 있던 성호는 우연히 마주친 예린을 보자마자 분풀이를 해댔다. 막 웃는 얼굴을 하려던 예린에게도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어떻게 언니한테 신경을 안 써? 친구들이랑 나가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을 뿐이야. 오후 한시 쯤에 오려고 했는데 도서관에 새로 자료 나온 게 있다고 해서 같이 따라갔어. 시간이 이렇게 될진 몰랐어 나도. 근데 아빠는 여기서 뭐 해? 무슨 일 있어?” 예린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니 성호도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됐어, 일단 가자. 언니한테 무슨 일 생겼나 봐.” 손을 휘휘 내젓는 성호를 보고 예린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아빠, 농담이지? 언니 오늘 온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겼다니?” 지어 미소를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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