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1장
남자 앞에선 순진무구한 척, 정작 뒤에선 남몰래 술수나 쓰는 인간.
예린이 극도로 싫어하는 게 바로 윤서의 그 가련한 표정이다.
정작 남자들에겐 그 수법이 제대로 먹힌다는 거다.
“너 정의감 넘치는 기자잖아? 남자들한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으면 내가 그 속에 묻혀서 죽게 해줄게.”
윤서의 처참한 말로만 생각하면 예린은 웃음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당분간 나한테 연락하지 마.
준비 다 되면 공중전화로 연락해, 알았지?”
그 말만 남기고 떠나려는 예린을 동성이 뒤따라갔다.
“예린아, 그럼 아빠 다음엔 언제 너 볼 수 있어?”
예린이 탐탁지 않은 듯 혀를 탁 찼다.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말라니까, 내가 먼저 할 때 빼고.
나 아직 그 집에 사는 거 알지. 나랑 엄마 번거롭게 하기 싫으면 조용히 여기 있어.”
동성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지. 그 남자가 살아있는 한 네 엄마는 나한테 못 돌아와.
그 집 큰딸한테 일 생겨서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을 때 내가 다시 두 사람 데려올게.
걱정 마, 그땐 내가 네 엄마한테 미안했어. 더는 그럴 일 없을 거야.
꼭 두 사람 잘 보살필게!”
동성이 벌써 저렇게까지 멀리 내다볼 줄은 몰랐다, 정작 화연 모녀는 다시 그에게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뱀에게 한 번 물린 사람은 새끼줄만 봐도 겁에 질린다지.
엄마가 과연 다시 제 발로 그 구렁텅이에 들어갈까?
게다가 엄마가 품고 있는 건 나씨 집안 자식이다. 나윤서가 죽으면 바로 새로운 후계자가 되는 거 아닌가?
물론 동성에겐 말해주지 않은 것들이었다. 아직 그를 이용할 데가 있기에 지금은 멋대로 해석하게 두는 편이 나았다.
큰 걱정거리 하나를 해결한 예린은 가벼운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맨 처음 그녀가 향한 곳은 화연의 방이다.
엄마 뱃속의 동생은 괜찮은지 확인해야겠다, 아무래도 예린의 희망이 될 존재이니.
화연은 싱글벙글하며 돌아온 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어디 갔어? 요즘 얌전히 집에 있는 날이 없네. 어젠 엄마랑 연회 가자고 했더니 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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