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9장
예린은 천해 보이는 동성의 모습에 미간을 와락 구기고 있었다.
“당신이 내 아빠야?
나 태어난 뒤에도 엄마한테 폭력 일삼은 게 당신이었네!”
고까운 미소를 짓는 예린에게도 동성은 전혀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땐 내 성격이 좀 별로였어.
젊기도 했고 그렇다 할 일도 없어서 네 엄마한테 분풀이했던 거지, 내 잘못이야.
그 뒤로 그 버릇은 완전히 고쳤어.
예린아, 이리 와봐. 아빠가 좀 보자. 여덟 살 이후로 얼굴을 한 번도 못 봤네.
네 엄마가 얼마나 꽁꽁 숨겼는지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했다니까! 독하다 독해!”
엄마한텐 고마운 일이었다. 전남편과 연락했더라면 예린은 그동안 편한 삶을 살지 못했을 거다. 다만 오늘은 도움을 받기 위해 동성을 찾아왔다.
“그럼 당신은 왜 우리 안 찾았는데?
하긴, 그게 당연하지. 난 여태껏 아빠랑 행복하게 살았거든.
더는 그 시궁창 같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딸이 나성호를 아빠라고 부르다니. 동성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진짜 아빠는 나야! 왜 남을 아빠라고 불러!”
예린이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그렇게 안 부르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
멋대로 가버린 당신이 나랑 엄마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해?”
지난 일이 언급되자 동성은 제법 켕기는 모양이다.
“다 지나간 일이야, 굳이 언급할 거 없어.
나도 그땐 어쩔 수 없이 떠난 거야. 난 너랑 엄마가 거길 완전히 떠날 줄은 몰랐어.
1년만 고생하고 돌아가려 했지, 네 삶도 바꿔주고 싶었어.
근데 쉽지 않더라, 몇 년이 지나서야 돌아갈 능력이랑 시간이 생겼지.
다시 갔을 때 두 사람은 벌써 떠난 뒤였어, 그럼 내가 번 돈은 누굴 위해 쓸까?
딸아, 오늘은 왜 아빠한테 온 거야? 용돈이 부족해?
그 자식이 둘한테 돈 한 푼도 안 써?”
야살스럽게 웃는 동성을 보고 예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돈을 안 쓴다고?
난 그 집에서 잘 먹고 잘 살아, 작은 아가씨로 떠받들어주는데 나쁠 게 뭐 있어?
용돈은 말할 것도 없지, 아빠는 한 번도 안 챙겨준 적이 없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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