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6장
루시는 늘 그랬듯 차갑고 무감했다, 마치 로봇처럼.
윤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전 사장님이랑 사진 찍은 적도 없고 구청에 간 적도 없는데 이건 어디서 난 거죠?”
루시가 안경을 스윽 들어 올렸다.
“지난번 이걸 위해 아가씨 개인 자료를 요청한 겁니다. 사장님이 친히 처리하지 않으셔도 될 일이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루시가 고개를 숙였다.
“별다른 지시 사항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회사에 처리할 업무가 있어서요.”
“그럼요, 가서 일 보세요.”
홀로 남은 뒤에야 윤서는 조심스레 혼인 신고서를 확인했다.
가까이 붙어 있는 둘을 보고 웃다가 손으로 사진을 어루만졌다.
분명 바짝 붙어있는데도 왜 두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멀리 떨어져 있을까.
윤서는 다시 한번 긴긴 한숨을 내쉰다.
지금의 모든 건 결국 그녀가 지성을 통해 제 이익을 챙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작 신세를 갚을 길은 없었다.
두 집안의 정략결혼 뒤, 그들이 지금의 나주 그룹에 투자금을 얼마나 줄지도 모른다.
지성을 만나 잘 얘기해 보고 싶다, 그저 빌려주기만 하면 안 되겠냐고.
컨디션을 회복해 다시 회사로 복귀하면 제힘으로 차곡차곡 갚아가는 거다.
하지만 지성의 앞에서 말 한마디도 심사숙고하는 지금의 윤서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제안을 할까?
더는 집안일로 그를 성가시게 하고 싶지도 않다.
이틀 뒤, 윤서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박동성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또한 이건 처음으로 윤서가 업무에 싫증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기자라는 업종에 종사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무래도 연봉이 그리 높지 않아 빚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탕비실에 왔던 부장이 연신 한숨을 쉬는 윤서의 희귀한 모습에 멈춰 섰다.
“왜 그래? 새로 맡은 사건 조사하는 게 힘들어?”
그를 힐끗 쳐다본 윤서가 다시 고개를 떨궜다.
“아니에요. 사적인 일이요.”
“일에 그렇게까지 매달릴 필요 없어.
물론 너희들이 취재도 자주 나가고 질 좋은 원고도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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