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63장
“그쪽 손자 내가 납치했어.
어때? 내가 전화 건 이유를 알겠지?”
호흡이 가빠오는 할머니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수화기를 받아쥐었다.
“말해봐, 우리 손자만 무사히 보내주면 어떤 요구든 다 들어주지.”
“참나, 누가 부잣집 아니랄까 봐. 걱정 마, 우리도 살인이 취미는 아니야. 조건만 들어주면 순순히 그 집 도련님 돌려보내지.
대신 하나만 기억해, 신고라도 했다간 인정사정없을 줄 알아!”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남자의 음성에 할아버지도 연신 자세를 낮췄다.
“그래, 다 들어줄 테니까 얼마든지 얘기해.”
선득하게 이를 드러내던 그가 담배 연기를 강준영의 얼굴에 뱉어냈다.
그 바람에 헛기침 소리를 마침 듣게 된 할아버지는 덩달아 심장이 요동친다.
“준영아! 괜찮니 준영이?”
강준영이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두 분 다 너무 조급해 마세요.”
“이야, 역시 효자네 효자야. 목숨이 위태로운 와중에도 조급해 말라네. 그러니까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널 그렇게 아끼지.
그럼 200억으로 네 목숨 사는 것도 아깝진 않겠다?”
“200억을 원하나?”
그만한 액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큰 돈을 납치범들이 어떻게 가져간단 말인가.
“현금 4백, 남은 건 다 카드로 이체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영감은 신경 쓸 거 없어.”
막 전화를 끊으려던 그를 할아버지가 불러세웠다.
“200억은 있는데 나한테도 시간을 줘야지, 전부 다 유동 자금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런 걸 알 리 없던 납치범은 곧장 이튿날 오전으로 돈을 준비시켜라 윽박지른다.
“손자놈 어디 하나 부러져도 괜찮으면 그렇게 질질 들어.
우리야 뭐 돈 받으면 살려주고 못 받으면 죽이면 되니까.”
말을 끝낸 남자가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이내 강준영과 눈을 마주친 그의 눈빛에서 흥미로움이 묻어 나왔다.
잡혀와서 여태까지 두려운 기색 한번 드러낸 적 없는 걸 보니 역시나 강씨 집안 차기 후계자 다웠다.
“넌 겁도 안 나냐?”
“머리카락 한 올 안 건드린다며? 할아버지가 돈만 준비하면 무사히 나갈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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