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4장

갈피를 못 잡는 서수연의 모습이 강준영에겐 귀엽게만 비춰졌다. “그런 일로 내가 왜 장난을 쳐. 서수연, 난 지금 정식으로 네 의견을 묻는 거야. 나랑 다시 새로 시작해 볼래?” 서수연은 잘 익은 사과보다도 빨간 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이 그녀에게 올 줄이야. 강준영더러 먼저 입을 열게 만든다는 것, 이 역시 하늘의 뜻인 걸까. 서수연이 좋아하는 사람 역시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단다. “지......진짜 생각 잘했어요?” 서수연이 급한 마음에 속사포같이 내뱉었다. “집안 조건만이 아니라 어떻게 따져도 난 최고의 선택지가 아닐 텐데.” 강준영의 미간에 힘이 확 들어갔다. “그런 걸 왜 신경 써? 그랬으면 난 진작에 집에서 이어주는 아무 여자나 만났지.” 남자는 서수연의 걱정거리가 달갑지 않다. 그는 마음만 통한다면 걸림돌 될만한 게 없다 여기는 사람이었으니까. 반면 예상과 달리 서수연은 진지하게 만나자보지 않겠냐는 그의 말에 더욱 어쩔바를 몰랐다. 겨우 손바닥 크기 만한 종잇장에 구멍이 수도 없이 뚫려 너덜너덜해졌는데 저런 게 뭐가 걱정일까. 하물며 아무 감정 없었던 초반에도 한 지붕 아래서 지냈던 그들 아니었냐는 말이다. 강준영이 그새를 못 참고 또 물었다. “말해봐, 뭐가 걱정인데? 혼자 끙끙 앓기만 해선 평생 해결도 못 해. 나 지금 진짜 진지하거든, 그러니까 너도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새로운 기회를 줄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야.” 서수연이 망설이는 사이, 그가 또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이런 일 없을 거란 보장도 없는데 진짜 연기 계속할 거야?” 갑자기 화제를 돌려버리는 바람에 서수연은 또 우왕좌왕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는데요?” “내 말은 너 돈 갚을 필요 없다고. 돈 벌겠다고 고집스레 촬영장 나갈 필요도 없어. 그냥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집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는 게 어때? 난 네가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 계속 일하는 거 원치 않아.” 아, 그런 뜻이었구나. 마음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