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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5장

“가요, 이젠 입장 되겠네.” 강준영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극장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자리표에 맞춰 좌석에 앉았다. 평범한 커플들의 일상을 체험하라며 할머니는 친히 관객들로 가득 찬 회차로 표를 예매하신 모양이다. 블랙 정장 차림의 강준영은 편안한 사복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도 눈길을 끌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서수연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옷 안 갈아입은 거 후회되죠? 정장 입고 영화 보러 오는 사람은 드물거든.” “영화나 보지.” 강준영이 무표정으로 서수연의 머리를 밀어냈다. 오늘 영화는 달달한 로맨스 영화. 두 사람의 관계 발전을 위해 고심한 할머니의 노고가 엿보인다. “여보세요.”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강준영의 전화가 울렸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상대가 누군지 알 것만 같다. 통화를 마친 강준영이 난감한 기색으로 서수연을 지그시 쳐다봤다. 벌써 눈치챈 서수연이 그에게로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괜찮아요, 일 있으면 가봐요. 나 혼자서 다 보고 갈게요. 할머니가 물어보시면 알아서 둘러대면 되고.” 아니나 다를까 임지혜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촬영을 하다 다쳐 와줄 수 없겠냐는. 임지혜 앞에서 강준영은 거절하는 법을 모른다. 허나 서수연과 함께 영화 보러 나왔는데 혼자 두고 가버리자니 죄책감이 들고. 거기다 다 아는 듯 말하는 서수연의 모습에 더욱 미안함이 깊어졌다. “가요, 진짜 괜찮아.” 서수연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려 애써 웃음 지어보였다. 실망을 안할 수가 있을까? 굳이 영화를 안 봐도 상관 없다 여겼지만 강준영과 함께 앉아 기다릴 때부터 벌써 서수연의 마음 속엔 기대와 희망이 가득 차있었다. 하필 지금, 그것들은 또다시 까맣게 타 재가 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실망스러운 표정에 강준영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서수연의 손을 잡고 극장을 빠져나왔다. “뭐하는 거예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수연은 벌써 밖으로 끌려왔다. 차에 오른 강준영이 임지혜에게서 받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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