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5장
토니안은 부인에겐 화 한번 내지 않으면서도 딸에겐 유독 엄하게 굴었다.
“그게 아빠한테 할 말이야! 늙은이라니!”
인하는 엄마 뒤에 바짝 붙어서 얄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집 센 늙은이 맞잖아! 메롱!”
“인하 너......”
토니안의 얼굴이 검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양서희의 그런 딸을 감싸며 말했다.
“됐어, 내 딸은 내가 훈육할 거니까 소피아한테나 가!”
토니안이 양서희에게 손을 뻗었다.
“서희야, 가도 우리 다 같이 가야지!”
“내 말은 같아, 방금 그 조건 안 받아줄 거면 나도 갈지 말지 다시 고민할게.”
“아니, 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왜 밖에서 굴러온 놈 때문에 이래? 소피아 행복하게 사는 거 봐야 좋은 거 아니야?”
양서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행복? 그동안 소피아가 행복하게 지낸 것 같아? 제 스스로를 속이는 거였다고! 준협이는 기억을 잃고서도 소피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 한번 사랑하지 않는 건 영원히 사랑하지 않는 거야, 아무리 곁에 묶어둔다 해도 소용 없어! 게다가 남 도와주려는 것도 아니고!”
토니안은 그동안 소피아의 행색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진 않았지만 양서희의 마지막 말엔 불만이 컸다.
“그 자식이 남이 아니면? 윤준협 본처는 우리랑은 남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
“누가 그래, 남이라고?
4년 전 그날 기억해? 당신이랑 싸우고 인하 데리고 나왔다가 나 사고 난 날.
급히 수혈을 필요로 했을 때, 임신한 몸으로도 망설임 없이 자기 피 수혈해 준 여자애 덕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야!
말 나온 김에 알려줄게, 남이 아니라 그 여자애가 준협이 와이프 고연화야!
벌써 한번 신세 졌는데 나더러 당신이랑 소피아 도와서 사랑하는 남편 앗아가게 하라고? 난 죽어도 못 해!”
토니안이 오늘 들어 가장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뭐? 그게 그 애라고?”
인하가 또 한번 끼어들었다.
“그렇다니까! 연화 언니가 제때에 수혈해줬던 거야! 피가 부족해서 동행한 사람도 같이 수혈해 줬어서 우리 엄마 살았던 거고!
아빠, 그때 연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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