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5장
고연화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메만졌다.
“그럼 어떡해야 되는 건데? 고함이라도 지를까? 앞 구르기라도 해?”
“그건 아닌데......그냥 언니 반응이 너무 무덤덤해서......우리 오빠 3년이나 기다린 사람 같지 않아서......”
고연화는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귀찮았는지 시원이를 유영에게 맡기고 조용히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봤다.
허윤진이 미련을 못 버리고 또 물으려 할 때, 육호중이 앞을 가로막았다.
“허윤진, 집 가면 넘치는 게 시간일 텐데 지금은 조용히 있게 놔둬!”
허윤진은 수심 가득한 언니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아이들에게로 돌아갔다.
강준영이 고연화 곁에 와 앉아 마음 아픈 표정으로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데려올 수 있을 거야.”
고연화가 고개를 돌려 강준영과 눈을 맞췄다.
“토니안이 와서 그리 쉽진 않을지도 몰라요.”
“더 어려운 일이라도 오빠가 꼭 최선을 다해서 도울 거니까 걱정 마.”
고연화는 여전히 표정이 어둡다.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이지만 강준영이 밑밥을 깔아주는 게 필요하긴 한데.
......
그 시각, 양서희는 인하를 데리고 음식점을 빠져나와 곧장 택시에 몸을 실었다.
소피아에게 가로막혀 시간을 지체한 탓에 부인을 쫓아가지 못한 토니안은 부하들을 쓸모없다 탓하며 서울 전역을 샅샅이 뒤지라는 지시를 내린다......
양서희는 딸을 데리고 호텔에 가지 않았다.
어차피 그래봤자 얼마 못 가 토니안의 부하들에게 발각될 게 뻔했으니까.
이번엔 결코 성깔 좀 부리려는 게 아니다.
이 남자와 남은 생을 함께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려 한다.
그리하여 양서희는 해외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친구의 빈 집으로 딸을 데리고 갔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간 뒤, 양서희는 소파에 앉아 오래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인하가 곁으로 쪼르르 다가와선 물었다.
“엄마 오늘 짱 멋졌어! 소피아 엄마 앞에서 어버버거리는 거 보는데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정신을 차린 양서희가 딸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