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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장

윤준협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기억은 안 나도 사람 본능이라는 게 그래, 난 여전히 저 여자만 보면 가슴 뛰고.” “어쨌든 오빠 대단해 보여, 은인인 언니 잊어도 지금껏 소피아 그 독한 여자한테 한번도 흔들린 적 없잖아!” “그래 고마워. 이따가 부모님이랑 소피아 다시 오면 절대 방금 전 일은 말하지 않기야.” 인하가 다 알고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빠! 걱정 마! 난 오빠랑 한 편이니까!” ...... 토니안은 부인과 함께 작은 딸이 말한 ‘자작나무’ 방에 다다랐다. 허나 그들 눈 앞에 펼쳐진 건 뒷정리를 하고 있는 웨이터들 뿐...... 그들이 말하길 이 방 손님들은 진작에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떴단다. 토니안과 양서희는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인하 말이 진짜일 수도 있다, 설사 잘못 봤다고 해도 얼굴 쯤은 볼 수 있다 여겼건만 결국 아무 것도 보질 못했다...... 뒤따라온 소피아가 일부러 실망스러운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아빠, 이모 여......여기 아무도 없는데 인하가 우리더러 와보라고 한 거야? 일부러 장난치려는 건 아니겠지?” 양서희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인하 고집은 세도 일부러 사람 속이는 애는 아니거든.” “이모, 제 생각엔 말이죠. 이모도 인하 너무 감싸기만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뭐든 다 하자는 대로 했다간 커서 더 큰 거짓말도 할 걸요! 그때 가선 다그치려고 해도 늦다고요!” 일부러 악의적인 억측을 내놓는 소피아에게 반박하고 싶었으나 새엄마로서 무슨 말을 해도 왜곡될 게 뻔하다는 생각에 결국 양서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토니안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만해, 사람도 없는데 우리도 내려 가자고!” 소피아가 손바닥을 내보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괜히 헛걸음했네, 휴!”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양서희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토니안은 지금은 뒷짐을 진 채 내려가고 있다. 그 감정 변화는 안 봐도 뻔할 터. 소피아는 양서희에게 몰래 눈을 희번득이곤 만족스럽게 토니안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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